엑스코(사장 김상욱)가 박은경 자문(71, 전 한국물포럼 총재)을 위촉하면서 건강보험료를 낮춰주기 위해 월 100만 원에 근로계약서를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김상욱 사장이 엑스코를 사유화했다며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경실련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엑스코는 4월 10일 박은경 자문을 위촉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근로계약서를 보면 박은경 자문은 월 60시간 근무하고, 월급 100만 원을 지급하면서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박 자문이 근로계약을 통해 직장 건강김보험에 가입하면서 건강보험료를 덜 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 자문이 거주하는 서울시 양천구 모 아파트는 공시지가(2017년 1월 1일 기준)는 11억5천2백만 원이다. 이 아파트는 박 자문 남편과 아들 공동명의로 돼 있다.
박은경 자문이 직책을 맡고 있는 다른 단체에서는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어 건강보험료를 덜 내기 위해 근로계약을 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박 자문이 이사장으로 있는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관계자는 “이사장님은 행사나 중요 일정이 있을 때에만 오시며, 급여를 받지 않는 무보수 이사다”라고 말했다.
박 자문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당연직인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제외하면 총회 선출직 부위원장은 박 자문이 유일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부위원장은 급여를 받지 않는다. 회의에 참석 시 회의비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참여연대는 29일 공동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료를 줄여주기 위해 직원으로 등재하고 직장건강보험을 적용받게 한 것이다. 이는 용납될 수 없는 비도덕적인 작태로 김상욱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의 엑스코 사유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엑스코를 사유화한 대표이사·경영지원본부장·마케팅본부장 등 경영진과 비상임감사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단체는 사장, 경영지원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등 3명의 임원과 비상임감사로 구성된 엑스코 경영위원회가 자신들의 복리후생비를 인상하는 등 경영진 이익추구에만 앞장선 점도 비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김상욱 대표이사 취임 이후 일어난 이 같은 문제는 엑스코에서 자신이 결정하면 편의를 봐줄 수 있다는 사유화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엑스코 측은 물산업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박 자문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시완 엑스코 기획조정실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우리는 도움을 부탁하는 입장이었다. 이 분이 지방에는 관심을 잘 안 갖고, 꼭 모셔 와야 하는 입장에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성과를 내기 위해 소속감을 가지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노무사 자문을 통해 근로계약을 했다”고 해명했다.
대구보다 더 거리가 먼 통영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에서도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데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시완 기획조정실장은 “여기는 대구입니다. 모셔 와야 하는 입장에서 소속감을 위해 요청한 사항을 받아들였다”는 해명만 반복했다.
<뉴스민>은 박은경 자문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세지를 보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은경 자문은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대한 YWCA 회장을 역임한 후 2008년 환경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땅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