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휴관으로 지역 사회 우려를 샀던 대구 예술영화전영관 동성아트홀이 한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고용 보장 요구를 거부한 채 새로운 직원을 투입해 재개관하자 기존 직원들은 “기습적인 위장 재개관”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6월 25일 김주성 동성아트홀 대표가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극장 휴관을 알렸다. 이에 대구지역 영화인과 예술단체들은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이달 12일께 송의헌, 윤성근 감독이 동성아트홀 정상화를 위해 중재 역할에 나섰다.
21일 송의헌 감독은 “회원분이 무더운 날씨에 연신 땀을 닦으며 들어오는 모습에서 비록 정상적인 운영이 될 수 없을지언정,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당위성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었다”며 직접 동성아트홀 재개관 소식을 알렸다.
송의헌 감독은 “극장을 우선 개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가) 갑자기 휴관 결정을 내린 것은 아쉽다. 와서 보니 직원들과 김 대표가 호흡이 잘 안 됐던 것 같다”며 “동성아트홀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누가 와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성아트홀은 재개관했지만, 기존 직원들 고용승계는 불투명하다. 경영 개선을 이유로 인력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택했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모두를 고용하면 경영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지금까지 회계도 병원에서 했더라. 동성아트홀이 자제적으로 운영되는, 소수로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 관계 문제는 제가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퇴직금이나, 휴관 중 임금은 법적으로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직원들은 이를 두고 “기습 위장 재개관”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또, 송의헌 감독 등 새로운 운영진 등장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휴관 결정으로 또 해고 위협이 있을 수 있으니 고용안정을 위해 최소 2년의 근무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며 “휴관 수개월 전 김 대표 친구라며 갑자기 나타난 송의헌 감독과 송 감독 후배라는 윤성근 씨까지 근무하게 된다. 결국 지난 14년 동안 일궈놓은 극장을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운영자로 나선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기습 위장 재개관으로 마치 정상화된 양 알려 궁극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동성아트홀이 지켜온 지역 영화 문화의 공기로서 자격을 내팽개치지 않는다면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동성아트홀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상적인 운영으로 옛 영광을 되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그동안 직원들이 입장 표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극장을 일방적으로 휴관했다가, 다시 부르면서 최소한 고용 보장 약속은 하라는 거다. 그게 상식이지 않나”며 “동성아트홀 이름도 안 쓴다고 했다가, 영진위 지원받으려고 이름을 쓰는 것 같다. 중재자가 갑자기 와서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교체하려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송 감독은 “서로 오해가 쌓인 것일 수 있다. 동성아트홀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까지가 제가 할 일이다”며 “앞으로 극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다. 대구 영화계에 더 이상 리스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오는 31일부터 예술영화전용관 상영 지원 사업 추가 신청을 받는다. 동성아트홀은 지난달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전용관 상영 지원 사업 심사에서 선정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