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 온 초등학생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영상’을 강제로 보여줘 아동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단체가 해당 동영상을 옹호하고 나서 학부모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A 초등학교 동영상 피해 학생 학부모 5명이 대구시 수성구 수성로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피해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저희 엄마들이 바라는 것은 적절한 치유와 제대로 된 처벌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반동성애 단체, 기독교 단체를 등에 업고 엄마들을 공격하고 있으니 사실 정말 무습니다” – 학부모
A 초등학교 5~6학년생 18명은 지난달 학교 인근 B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갔다. B 어린이집은 봉사활동을 마친 학생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해당 영상에는 성소수자들이 동물 성교, 시체 성교 등을 한다는 설명이 있었고, B 어린이집 부원장은 화면을 멈추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이 사실을 인지한 뒤 바로 학교에 알렸고, 학교 측도 지난달 22일 경찰에 신고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B 어린이집 부원장, 교사 각각 2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와 피해 학생 심리 치료가 한창인 와중에 한 기독교 단체 채팅방에 “영적 전쟁이 시작되었다”며 댓글 지지를 호소하는 B 어린이집 부원장 글이 올라왔다. 부원장은 해당 동영상에 등장해 강의하는 염 모 원장에게 “동성애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이렇게까지 일파만파 커져야 하는지 당혹스럽다”며 “국민일보 기사와 MBC 기사에 댓글을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이 글을 염 모 원장이 단체 채팅방에 올리자 이어 “기도합니다”, “이일이 오히려 동성애 해악을 드러내는 기회로 써주시길 기도합니다”는 등 옹호 댓글이 올라왔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동성애의 실상이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서 그 적나라한 실태를 처음 접하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등생 동성애 교육 사건을 왜곡하지 말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 학부모들은 “저희는 특정 종교에 항의하는 게 아니다. 성소수자를 옹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아니었고, 그런 교육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하라는 건데 왜 그런 단체에 위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이번 사건은 동성애나 에이즈에 대한 교육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동복지법 제17조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이자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또, 해당 어린이집 교사들이 사건 이후에도 초등학교에 출입하면서 2차 가해 문제도 불거졌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교사가 학교 도움반 아이들 데리러 온다고 학교 안 까지 들어온다. 저희 아이가 선생님을 보고는 너무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문제제기가 있은 후로 바로 조치해 어린이집 교사가 학교에 직접 들어가고, 특수 교사가 직접 데려다 주고 있다”며 “특수 학급 학생 부모님들이 방과후 학교를 그 어린이집에서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교육청은 해당 동영상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보기에는 안 맞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이 심리를 보호하고 안정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어린이집 행정조치는 구청 관할이다. 어린이집 공과를 따지는 것이 아이들 심리 안정에 우선은 아니다. 어머님들이 교육청에서 하는 교육은 하지 않겠다고 해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만,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야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며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면 경중에 따라 교사는 자격 정지, 어린이집은 운영 정지나 시설 폐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 인솔을 담당했던 A 초등학교 교사는 보직 해임 후, 경고 조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