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긴 대구 첫 인사청문회…제출 자료 부실·변별력 없는 질문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열려
'스크린도어', '재정 적자' 관련 질문 반복돼
후보자 제출 자료 70여장, 가족 이름도 없어

19:05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야심차게 시도한 첫 인사청문회가 아쉬움만 남긴채 마무리됐다.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고, 제출된 자료 부실로 인사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13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위원회(위원장 이귀화 의원)가 열렸다.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 6명과 의장 추천 3명 등 모두 9명(자유한국당 7명, 바른정당 2명)이 청문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청문위원들은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가 사장 출마를 한차례 번복하고, 인사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힌 사실을 지적했다.

조재구 의원(자유한국당)은 “후보자의 갈지자 행보에 지켜보는 시민사회 시선이 곱지 않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실리와 명분이 없다. (인사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힌게 사실인가. 이게 사실이라면 250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자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굳이 변명한다면 두 차례 사장 공모에도 인사청문회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절차법 위반이 아니냐는게 제 소견이다. 실리라는 건 3년을 제가 해왔었는데 다시 청문회를 하는게 안 맞는게 아닌가 그런 뜻이지 의회나 시를 거부한 게 아니”라며 “(사장)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해 인사청문회에 동의했다”고 답했다.

또, 홍 후보자가 고액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배재훈 의원(자유한국당)은 “43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시 지가 35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현 시가는 80억 이상으로 보인다”며 “공직에 오래 계신 분이 이런 건물을 소유한다는 건 의구심과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자는 “저도 그런 생각이 든다”며 “원래 여동생이 땅을 사서 하다가, (현재는) 아내 명의로 돼있다. 2004~5년 경제 위기가 와서 아직도 그 뒤치닥거리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그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 아들이 병역 면제를 받은 점도 소명 기회가 주어졌다. 이경애 의원(자유한국당)은 “아드님이 군대를 안갔다”며 “이런 자리에서 소명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후보자는 “자식 둔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막내 아들 꿈이 해군사관학교 가는 거였는데 불행히도 2010년 교통사고로 머리 절반을 들어냈다. 정밀검사까지 해서 (병역 심사) 1차에서 낙방했다”고 답했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

스크린도어 등 안전, 재정 적자 질문 반복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 질문도

이날 위원들은 지난해 불거진 도시철도공사 스크린도어 공사 비리 문제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배재훈 의원은 “(스크린도어 공사 비리는) 사장님 재임 기간 가장 큰 오점 아닌가”라며 “도시철도공사 관리감독 하에 두지 않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기업에 맞긴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자는 “저도 동의를 한다”면서도 “서울 구의역 사고도 자체 예산으로 부실하게 공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국비를 지원받으면서 저가로 입찰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스크린도어 사고 등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홍 후보자는 “안전 상황실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만들어 소방, 경찰과 24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지난해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직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작업은 (열차) 운영시간에는 하지 않는다.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생기면 열차가 진입되지 않도록 해 구의역과 같은 사고는 기계적으로 날 수 없도록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청문위원들은 대구도시철도공사 재정 적자와 무임 승차 해결 방안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 홍 후보자는 무임 승차 보전분 국가 배상에 대한 헌법소원을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주도한 점을 설명하며 국비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재정 적자와 관련해서는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경영 혁신은 광고나 임대 수입, 대중교통 전반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다. 전 기관이 시, 시의회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묻는 질문도 반복해서 나왔다. 정규직화 전환 계획이 있는지, 자회사 설립이 왜 무산됐는지 등이었다.

홍 후보자는 “용역업체 직원이 901명이다. 작년에 청소, 경비 이런 분들부터 자회사를 하려고 용역을 줬는데 당장 수당, 처우 개선 등 문제로 재정상 맞지 않다고 유보했다”며 “현 정부 방침이 떨어지면 방침대로 시행하겠다. 정부 방침이 있으면 다른 대책(예산 등)도 수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후보자 제출 자료 부실 심각
준비 기간, 질문 수준 등 아쉬어

인사청문회는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는 가운데 청문회 후반에는 후보자에게 지난 사장 재임 동안 가장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묻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후보자 제출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애 의원(자유한국당)은 “인차 청문 증빙 자료 74쪽 중에 30쪽 정도가 재산신고 서류 3개로 겹친다. 서류를 보지도 않고 제출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임인환 의원(바른정당)도 “증빙 자료를 보고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보자가 40년을 공직에 있었는데, 이 자료에는 가족 성함도 안 나온다. 재산신고는 늘 공개되어 있는 수준”이라며 “가족 부분을 상세히 해달라고 했는데 어제 저녁에 자료를 받았다. 그것마저 학력은 ‘대학 졸업’, 직업은 ‘직장인’ 이렇게 해놨다”고 꼬집었다.

처음 시도된 인사청문회가 ‘졸속 시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인환 의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후보자가 공직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은 많이 없을 거다. 부인 명의 재산도 본인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며 “우리 의회도 문제가 많다. 어떻게 (청문회를)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덜컥 협약을 했다. 다음 청문회 때는 자료를 충분히 받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를 참관한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제도 첫 시행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깊지만, 청문회 대상자도 시의원들도 준비가 너무 안 되었다”며 “내용 검증이나 정책 검증에 변별력 있는 질문을 찾기 힘들었다. 지금 수준은 쇼를 보여준 수준이다. 앞으로 청문회 위상도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귀화 인사청문위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첫 청문회를 도입하면서 많이 시끄러웠다. 매뉴얼도 전혀 없고, 갑자기 도입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며 “면책특권이 없다보니 도덕적인 문제를 파헤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하고, 처음 치고는 무난했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17일까지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에 보고한 다음 적격여부 심사 결과를 대구시장에게 보낸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고, 대구시장이 임명하면 홍승활 후보자는 대구도시철도공사 11대 사장에 취임한다.

홍승활 후보자는 1975년 공직을 시작해 대구시 안전행정국장을 지냈고, 2014년 10대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2014.4.22~2017.4.21)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