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사각지대, 그 중심에 장애인이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대구운동본부 연속기고] (4) 이민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15:18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령하고 있다. 노동에 대해 국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헌법은 바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러한 맥락에서 1988년 정부는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근로 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하였고, 그것이 바로 최저임금제도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 임금 결정 과정에 국가가 개입하여 최저임금을 정하고 사용자가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이 제도는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하는 안전망인 동시에, 노동 소외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하지만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또는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 최저임금 적용 제외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제도는 노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사용자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장애인 노동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증진을 위한 실태 조사’에도 상세히 나와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신청 인원수는 5,967명에 달하고, 중증장애인이 96.9%(5,784명), 경증장애인이 3.1%(183명)로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노동 현실은 저임금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 참가율은 38.9%로 전국 인구 대비 1.63배 낮고, 실업률은 7.7%로 전국인구 대비 2.4배 높다. 취업 장애인의 월평균 소득은 142만 원으로 전국 노동자 평균 임금의 45.7%에 불과하다. 장애인은 경제활동의 참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어렵게 일자리를 갖더라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장애인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는 헌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017년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최저임금 제외 조항 폐지 등을 촉구하며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비마이너]

2014년 10월 3일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최저임금에서 배제된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주는 임금 체계 도입을 권고했다. 2013년 11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도 장애인의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임금 보전 정책을 시행하여 장애인 최저임금을 보장을 권고했다.

헌법이 명령하고 UN장애인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한 이상, 장애인을 최저임금 사각지대로 몰아넣어선 안 된다.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노동할 권리가 실현되어야 하고, 적정 소득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온전히 도입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여야만 한다.

정치철학자 존 롤즈는 ‘최소극대화의 원칙’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 삶의 질이 개선되려면 그 사회에서 가장 배제된 계층의 삶의 질이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의 권리가 한 걸음 나아갈 때, 모든 노동자의 권리도 확장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대구운동본부 연속기고

(1) 최저임금 1만원이 가능하냐? 그래, 가능하다. 이거 실화다. /이용순 민주노총 대구본부 비정규사업국장
(2) 새로운 내일을 위한 출발선, 최저임금 /최유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
(3) 최저임금 인상은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살길이다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회장
(4) 최저임금 사각지대, 그 중심에 장애인이 있다. /이민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5)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는다. 예외는 없다. /최선희 대경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