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시인 김수상(52)이 두 번째 시집 <편향의 곧은 나무>(한티재)를 펴냈다. 1부에서 3부는 시인의 몸과 가까운 이야기를, 4부는 사드 배치 철회 투쟁 중인 성주에서 낭송한 시 등 총 70편을 담았다.
시인은 ‘詩와 人生에 대한 서른 개의 짧은 생각’ 편에서 “보들레르의 말마따나 불행이 섞여 있지 않은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 있을까. 아름다움은 불행으로 짜인 목도리. 여차하면 그 목도리에 목을 걸고 죽으면 된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잠깐 세상에 와서 소리도 없이 살다 가는 것들은 얼마나 예쁘냐. 내 시도 그랬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시가 예쁘길 바랐다.
시인의 식구는 셋, 요양병원에 둔 늙은 엄마와 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있다. 스스로 전업주부라 말하는 그는 노모를 찾아뵙고 엄마 없는 두 자녀 뒷바라지로 하루를 보낸다. 그 가운데 엄마 없이 자녀를 키우는 일은 얼마나 미안하고 속상했을까.
비탈에 선 나무들을 보았다 / 오른편의 경사가 심각하니 / 왼편의 흙들을 꽉, 움켜잡았으리라 / (나는 비탈에 정이 들어 그 언덕에 오래 머물렀네) / 그러면서, / 편부인 너를 생각하였다 / 양쪽에 반찬을 놓은 적이 없었으므로 / 오직, 한 가지 반찬만 먹는 / 너의 편식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 가운데에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 폴짝폴짝 깨금발을 뛰며 나들이를 가는 / 아이를 너도 보았느냐, / (괜찮다) / 없는 한쪽에도 이제는 같은 키의 풀들이 도탑게 덮였다 / 비탈에 선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다 / 오른편으로 밀릴 때, 왼편으로 한 뼘 더 뿌리내린다 / (굳세게) / 오늘 부는 바람은 우리의 편, / 바람은 발전하는 경제처럼 불었으리라
– ‘편향의 곧은 나무’ 전문
아흔둘인 노모는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주무시고, 음식을 드리면 반을 흘리신다. 누운 노모를 보면 측은하고, 흘린 것을 휴지로 닦을 때면 짜증도 낸다고 했다.
옛날엔 꽃만 보았다 / 지금은 몸통 보고 꽃 본다 / 너덜너덜하였다 / 저 꽃 다 피우느라 그랬다
-‘산수유’ 전문
2013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한 김수상 시인에게 시는 삶에 따라온 고통과 사랑이었다. 그의 첫 시집 <사랑의 뼈들>(삶창, 2015) 표사에서 노태맹 시인은 “아직 사물과 세상 앞에서 주저하는 수줍음”을 지녔으나 감각에서 “탁월한 번득임”을 보여준 시인이라고 평했다.
김수상은 2015년 12월 4일 달서평화합창단 일원으로 ‘세월호 참사 600일 대구시민 기억과 다짐의 날’ 무대에 올라 그의 시 ‘슬픔이여 단결하라’를 읽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13일 시작된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서도 그의 시는 격문이 됐다. 성주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 운동의 중심지가 되면서 그의 시도 세계를 향해 넓어지고 현실에는 더욱 밀착했다.
방해하고 분열하는 것들이
우리를 보고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협잡하고 밀담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배신하고 아첨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개돼지라고 불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우리가 ‘것들’이 되었다…
-‘저 아가리에 평화를!’ 가운데
(전문은 뉴스민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시] 저 아가리에 평화를! / 김수상)
김수상은 1966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2013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랑의 뼈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