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시인’ 류근삼의 신작 시집 ‘촛불’ 출판기념회가 대구경북작가회의 주최로 곡주사(대구시 중구)에서 지난 26일 열렸다.
지난해 발간한 산문집 ‘새벽산책’ 출판기념회도 겸한 이 자리에는 가족과 친인척, 작가회의 회원과 지역의 원로통일운동가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류근삼의 6번째 시집인 ‘촛불’은 가족과 이별한 아픔(1부)과 지난 겨울 거리를 뒤덮은 촛불(2부)에 대한 시편들, 여행지에서 느낀 통일의 간절함(3부) 등 53편을 담았다.
나무들이 웅긋웅긋 / 해수욕장처럼 / 발가벗는다 / 겨우살이 준비하는 / 당당한 풍모로……, // 내내 행복이었던 / 고운 단풍들을 / 거침없이 떨어뜨리네 // 아득한 어느 날 / 칠바우형 떠나보내던 / 울어무이처럼, – ‘늙은 가을노래(1)’ 전문
낯 선 사람들 한마음 되어 / 촛불을 나눠 켜고 / 우의를 갈라 쓰고 / 김밥을 함께 먹으며 / 즉석 발언에 즐거이 화답하는 / 광장의 촛불! // 광화문으로 / 촛불의 강 흐르면 / 드디어 민(民)의 바다를 잃은 / 태풍은 / 열대성 저기압이 된다 – ‘촛 불 1’ 전문
분홍색 꽃을 한가슴 매단 / ‘하이데 그라프트’가 / 가을바람에 하늘거리고 / ‘지건 벨커’라는 희귀종 새가 / 후두둑 날아오르는 / ‘다스그뤼네반트’! // 광기(狂氣)어린 대결이 / 막을 내린 대지 위에 / 죽음의 상징이던 / 철책(鐵柵)1393Km를 / 생명의 띠로 되살려 낸 / 산, 들, 늪이여! // 지도 속에 / 애잔하게 영글어가는 / 녹색의 띠를 어루만지며 / 이 곳 사람들은 긍지도 높게 /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라 / 노래 부른다네 // ‘그뤼네반트’를 산책하는 / 가슴은 훈훈하고 / 자전거 페달을 밟는 / 건각(健脚)은 힘이 차네 // 아! ‘그뤼네반트’! / ‘다스그뤼네반트’! / 꽃도 새도 사람도 / 두루 행복하겠네 -그뤼네반트 찬가(讚歌) 전문
류근삼 시인은 서문에서 “촛불을 밝혀서 서로에게 건네며 어둠을 밝히려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며 “독재자의 전횡을 끌어내리거나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일련의 싸움들도 ‘우리’의 삶을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윤현 시인은 발문 ‘직핍의 시법, 그 강렬한 응시’에서 “1970년대 민족문학, 1980년대 민중문학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서 그의 시가 터를 잡고 있다”며 류근삼 시인을 두고 “이 사회 이 국가의 불공정, 불평등, 비민주, 독재에 대해 아주 불편해 한다. 아니 분노하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또 “뼈아픈 가족 분단의 고통과 한이 류근삼 시인으로 하여금 평생을 통일운동을 하게 한 계기”라고 분석했다.
류근삼 시인은 1940년 경북 달성에서 태어나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을 역임하고 민족자주평화통일 대구경북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1994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개불란'(1995) ‘글마가 절마가'(1996) ‘민통선 안에는'(1999) ‘거미울 고개'(2003) ‘황새울'(2006)을 냈다. 산문집으로 ‘우리 현대사의 정복자 尾國'(2000) ‘새벽산책'(201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