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마이웨이 식’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지방공기업 노사가 몸살을 앓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다음 달까지 모든 공기업에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안을 요구하면서, 대구 지역 공기업 노사 모두 정부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금년 중으로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지난 7월 행정자치부는 “내년부터?모든?지방공사와?공단에?임금피크제를?도입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리고, 각 지자체에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전달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 7월 20일, 대구지역 5개 공사·공단에 권고안을 전달하고 9월 21일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성과는 내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현재 대구시설관리공단, 대구환경공단은 권고안에 따라 정년 3년 전부터 임금을 10~30% 삭감하는 사측 계획안을 내놓았으나, 5개 공사·공단 모두 당장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계획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환경공단?총무재정파트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정년이 60세라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바로 임금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노조에서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기업 입장에서 안 할 수도 없고, 노조를 무시하고 진행하기도 무리가 따른다. 아직 기간이 조금 남았으니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임금피크제를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계획안 내기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그 사이에 정부 차원에서 노사정이 합의점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그런 뒤에 시행하라고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정부의 일방적인 행보를 비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당장 임금이 깎이는 노동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한 공단노조 관계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임금피크제를 하라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대구시 투자기관 노조 협의회에서 이구동성으로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퇴출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고통분담을 하려면 전체가 다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면 노동조합도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노동시장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정부 공무원은 쏙 빼고 일방적으로 공기업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는 거다.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청년실업 운운하면서 대국민 사기 치는 것이라고 보인다. 전국에 공기업 316개뿐인데 여기서 얼마나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대구시 투자기관 노동조합 협의회는 임금피크제 강행에 반대하는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대구시 투자기관 노동조합 협의회에는 5개 공사·공단 노조와 대구의료원노조, 서부노인병원노조 등이 속해 있다.
한편, 대구시 박상규 공기업예산팀장은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이라서 모두 불이익을 봐야 하니 쉽지는 않다. (임금피크제를 강제하기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해 가야 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