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훈 수성구청장, “일제의 수성못 축조, 우리 농민도 혜택” 식민사관 논란

수성못 축조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 추모 논란
강민구 의원, “구청장, 린타로 추모식 참석 안 돼”

19:04

“역사를 보는 인식이 있겠지만, 과거 일을 조명할 때는 그 당시 여건보다는 현재의 시각이 많이 반영 된다고 보여진다. 당시 수성못 축조에 관여한 린타로의 행위가 순수하게 조선인을 위한, 특히 소작농을 위한 행동이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건 분명히 수탈 목적이 있었고, 그것을 실행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린타로의 행위가 악덕한 것이었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일본의 수탈 행위)에 일부 동원된 건 있겠지만, 개인의 행동을 악덕한 행동이라고 말하기엔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는 일제치하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지배했고, 당시에도 농사를 지었고, 살아야만 했다. (수성못 축조로)농민들이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볼 순 없다. 수성못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순 없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미화 논란이 있는 미즈사키 린타로의 수성못 축조 행위에 대해 “농민들이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곤 볼 수 없다”며 식민지근대화론에 근거한 말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2년 미즈사키 린타로 추모식에 참석한 이진훈 구청장(사진=수성구)

23일 오전 열린 215회 수성구의회 2차 본회의에서 강민구 수성구의원(더불어민주당, 범어·황금동)은 수성구가 미즈사키 린타로를 과도하게 추앙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수성못 일대에 미사키 린타로의 공적을 과하게 포장한 표지를 정비하고, 구청장과 구의장이 미즈사키 린타로 추모식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성못은 1927년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일제가 당시 수성못을 만드는 데 지원한 이유는 당연하게 식량 생산량을 늘려 수탈하기 위함이었다. 미즈사키 린타로는 당시 친일 조선인 5명 등과 함께 수성못 축조를 위한 수성수리조합을 만들었고, 부조합장을 맡았다.

때문에 미즈사키 린타로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수성구는 수성못 곳곳에 식량 수탈 등 역사적 배경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미즈사키 린타로가 수성못 축조에 공이 있다고 소개하는 등 미화 논란을 일으켰다. 이진훈 청장은 지난 4월 열린 미즈사키 린타로 추모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강민구 의원은 “2014년 구정질문을 통해서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은 미즈사키 린타로 추모식에 참석을 유보해 달라고 했고, 작년엔 참석하면 안 된다고 이 자리에서 이야길 했다”며 “지난 4월 수성못 축조 90주년 기념 추모식 행사 참석 일정이 구청장 일정에도 없었고, 의장 일정에도 없었는데 뭐가 두려워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 추모식에 참여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 대일본 관계는 위안부 합의 문제, 평화 소녀상 건립, 독도 문제 등 원만하지 않다”며 “수성들녘에서 소작농으로 일하면서 억울한 일을 당했던 우리 할배, 할매가 한 분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진훈 청장은 수성못 일대 미즈사키 린타로에 대한 표지에 대한 지적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향적으로 수정할 건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추모식 참석 문제에 대해선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린타로의 행위가 악덕한 것이었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일본의 수탈 행위)에 일부 동원된 건 있겠지만, 개인의 행동을 악덕한 행동이라고 말하기엔 여러가지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는 일제치하고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지배했고, 당시에도 농사를 지었고, 살아야만 했다. (수성못 축조로) 농민들이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볼 순 없다”고 식민지근대화론에 근거한 해명을 했다.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주창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은 일본이 우리를 수탈하기 위해 만든 사회 기반 시설이 우리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주장한다. 수성못 축조로 우리 농민들도 혜택을 봤다는 이진훈 청장의 주장 역시 이러한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강민구 의원은 “미즈사키 린타로의 신분이 뭐였나.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식민화를 위해서 온 개척농민 신분이었다는 걸로 가장 큰 흠결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모해선 안 된다”며 “추모, 추도 자체가 그 사람을 기린다는 거다. 이를 친일적 행위가 아니라고 하는 건 심각한 역사관을 가진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