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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희망원 간부급 직원 23명을 사직 처리하기로 합의한 천주교대구대교구(대주교 조환길 타대오)가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희망원대책위가 주말에 이어 22일에도 조환길 대주교를 만나기 위해 천주교대구대교구청을 찾았다.
이날 오전 8시 30분 희망원대책위는 대구시 중구 남산동 천주교대구대교구 본관 3층 대주교 집무실을 찾았다. 교구 측은 본관 정문을 잠그고, 본관으로 향하는 유일한 평지 길에 차 두 대를 주차해 막았다. 휠체어를 탄 대책위 관계자들은 주차된 차를 피해 좁은 갓길로 가까스로 본관 앞으로 이동했다.
대책위 관계자 10여 명은 3층 대주교 집무실 앞에서 “조환길 대주교님 기다리겠습니다”, “조환길 대주교님 약속을 지키십시오” 등을 적은 피켓을 붙이며 조 대주교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환길 대주교는 집무실에 없었고, 본관 직원들도 모두 본관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환길 대주교가 직접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책임지길 요구했다. 같은 시각 본관 바로 뒤편 성모당에서는 ‘더불어 살아가자’는 예수 말씀을 전하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조민제 희망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교구청 사무처장 신부가 사제직을 걸고 약속한다고 했다”며 “그런데도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고, 교구청을 찾은 우리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장애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불법 주차로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천주교대구대교구는 희망원 인권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비리에 관련된 간부 직원 23이 낸 사표를 5월 12일까지 수리하겠다고 희망원대책위와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팀장 11명은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희망원대책위가 제공한 합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종건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무처장 신부는 “사제직을 걸고” 합의 사항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대구시립희망원지회에 따르면, 사직을 거부한 11명 팀장 중 2명은 이번 사태로 검찰 기소된 이다. 오는 5월 말 천주교대구대교구는 희망원 수탁 자격이 끝나지만, 희망원 직원은 고용승계 되기 때문에 인권유린이나 비리에 연루된 직원이 남아있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명애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도 “사람이 아무리 나빠져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다를 줄 알았다. 희망원 사태를 보면서도 설마 대주교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조환길 대주교는 왜 직접 나서지 않고 신부들을 내세워 우리랑 싸우게 만드나. 우리가 지금 없는 죄를 말하느냐. 조환길 대주교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12시께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오후 1시부터 다시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조환길 대주교를 기다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