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어디 좋은 데 갔냐, 임신해서 오는 거 아니냐”
지난 2015년 7월경, 수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수성아트피아 간부 직원이 공개된 회의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여직원 2명은 해당 발언에 문제를 느끼고, 상급자에게 보고했지만, 문화재단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를 경고하는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는 이미 2013년에 한 번 여성 비하, 성희롱성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문제제기한 당사자들이 형사적 처벌을 원하진 않았다는 이유로 ▲반성문 작성 ▲전체 여직원에게 사과하는 수준에서 문제를 마무리해버렸다.
가해자는 반성문을 작성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하는 데 급급했다. 자신은 ‘변신’이라고 말했는데 피해자들이 ‘임신’으로 잘못 들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17일 수성구의회에서는 지속해서 여성 비하, 성희롱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 대해 재단이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을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성년 수성구의원(정의당, 고산동)은 “고충 상담신청서 문답서 작성한 걸 살펴보니까 2013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고, 그렇다고 들었다. 다른 이야길 들으니까 비슷한 사례로 하급직원에게 언어폭력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더라. 그런데 처리 결과를 보니까 경고 조치만 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피해자가 거론되는 걸 꺼려서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하는데,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있어야 했다”며 “작성한 반성문이란 게 A4 1장 수준이고, 피해자들은 ‘임신’이라고 들었는데 가해자는 ‘변신’이라고 했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반성문 보면 끝까지 자기는 변신이라고 했다고 쓰고 있다. 이걸 상급자가 처리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과문은 전자메일로 보냈는데, 그냥 연하장처럼 썼다. 기본적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기관으로서 해야 할 임무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문화재단이 사건이 발생한 후 예방 교육도 적절하게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기존에 성희롱 예방 교육받던 것에서 더 강화된 거로 해야 한다. 가해자,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에 대한 집중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시 문화재단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사건 이후 한 차례 진행했을 뿐 가해자나 피해자에게 별도 교육을 실시하진 않았다.
김 의원은 “직장 내 위아래 관계에서 이런 문제가 언제든지 돌출적으로 나올 수 있는데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발본색원해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