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선을 축하하며, 억압적 법률·국가기구를 폐지하라 /함종호

국가보안법과 국정원 존치 여부는 민주주의 실현의 가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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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저녁 당선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7.5.9 [사진=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 당선됐다. 박근혜 이후라서 더더욱 반갑다. 소위 진보정권이 들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예상컨대 모든 면에서 진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경제 관계에서 진보를 기대하는 것은 기대난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도 과도한 욕심이다. 큰 틀에서, 서민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주권은 대통령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상위 세력인 자본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크게 기대하는 것은 남북관계이다. 이명박, 박근혜의 남북관계는 부르주아적 남북관계가 아니었다. 민족주의는 부르주아적 가치인데, 이 가치를 실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수구보수·반공부르주아지의 특징이다. 그래서 민족주의는 자유부르주아지, 즉 민주당에 맡겨진 것이다. 바라건대, 이제 영원히 수구보수가 부르주아지를 대표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현재의 남북관계 정상화의 과제, 그 실체는 부르주아적 남북관계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선은 개성공단 중·소부르주아지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장차는 이재용과 같은 대부르주아지의 이익으로 발전한다. 노무현 정권이 구사했던 ‘동북아 허브’, ‘유라시아 철도’ 개념이 다 그런 것이다. 금강산 사업을 주도하는 현대 부르주아지도 이미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반자본주의 운동가들은 부르주아지가 주도하는 남북관계를 경원시하지 않는다. 남북관계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여 우리 반자본주의 운동가들의 진보통일에 대한 개입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외교 관계에서도 진정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드 문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가 모두 사실은 부르주아적 이해를 철저히 대변하라는 국민의 요구에서 비롯한다. 자유부르주아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드 철회는 합리적이다. 꼭 민중진영만의 바람도 아니다. 오히려 부르주아지의 가치이므로 바쁜 민중진영이 거기에 동원되는 일은 없도록 할 수 없을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사드로 빼앗기는 국방주권은 자유부르주아지에게는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단호히 ‘안 된다’고 대들어야 한다. 만약 미국의 헌법대로 미국이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는 나라라면, 자유롭고자 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드는 물러가야 한다고 분명히 외치라. 제발 부르주아적 가치를 자유부르주아지가 실현하라. 더 이상 반공부르주아지에게 지지마라. 우리는 진정한 부르주아혁명을 기대한다. 사회주의나 그와 유사한 혁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르주아지답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부르주아지의 최대 가치인 ‘국민주권’ ‘자주국방’ ‘민족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민족자결은 우리 민중진영에도 가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억압적 법률·국가기구를 폐지하자. 게임은 당당하게 하자. 억압적 법률인 국가보안법은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억압적 법률기관의 사실상 집행기관인 국정원은 폐지되어야 한다. 억압적 기제에 의한 피해는 부르주아적 가치, 즉 인권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인혁당 학살, 수많은 국가보안법 학살을 겪지 않았는가. 뿐만 아니라 반자본주의운동 자체에 치명적이다. 게임의 상대에게 재갈을 물리고 말싸움을 하는 것과 같다. 이런 비열한 행동은 부르주아지가 가장 높은 가치로 추구하는 ‘자유’, ‘합리성’과 배치된다. 사실 그 ‘자유’, ‘합리성’이 최대의 경쟁 무기인 부르주아지들이 이러한 작태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다. 막스 베버가 지하에서 통탄할 일이다. 자유와 합리성을 부여하면 인간의 의지에 의해 합리적으로 사회가 잘 굴러간다는 ‘합리성’이 부르주아지 최대 가치 중 하나 아닌가?

국가보안법과 국정원 존치 여부는 민주주의 실현의 가늠자이다. 즉, 이를 존치하면 ‘파쇼’라는 것이다. 사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악법과 폭력기구를 동원해서 반자본주의 세력을 억압하는 비열함이다. 이 과정에서 ‘인권’과 ‘자유’ 등 자유자본주의가 지닌 최대의 가치는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선을 축하하며, 자유부르주아지답게 당당하게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