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300일, 하루하루 다 기억나요. 사드가 소성리에 들어온 그 날은 잊지 못해요. 직접 눈앞에 보이는데, 화는 나지도 않고, 심하게 다친 사람이 없다는 거에 안도하다가, 집에 왔더니 얼마나 절망적이던지···우리는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뿐인데,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평화가 찾아올까요?”(심복남, 44, 성주읍)
“처음에 다들 우리더러 님비라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어요. 그게 지금까지 싸울 수 있는 우리의 힘입니다. 사드를 직접 보고 힘들었지만, 쉽게 안 끝나요. 우린 서로 연결되어 버티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방민주 씨, 벽진면, 38)
지난해 7월 13일부터 시작된 사드배치 철회 성주 촛불이 5월 8일로 300일을 맞았다. 겨울 내내 광장의 한기를 막았던 비닐 막과 화목난로는 사라졌지만, 손에 쥔 촛불은 여전하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투쟁을 시작했는데, 또다시 반소매 셔츠를 꺼내 입을 때가 됐다.
지난 4월 26일 기어이 사드가 성주에 들어왔지만, 성주군민들은 가벼워진 옷차림처럼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8일 오후 8시, 성주 평화나비광장에 모인 성주군민 300여 명은 지난 투쟁을 돌아보며 다시 마음을 모았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집회인 만큼, 차기 정부를 향한 요구도 나왔다. 사드 배치 관련 국회 비준동의를 받기 전에 차기 정부가 해결하라는 요구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사람들은 성주더러 위대하다, 징그럽다고 한다. 우리 정말 징그럽게 싸웠다”라며 “그 300일 빠짐없이 우리가 촛불을 드는 동안 새누리당이 해체됐고,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박근혜가 구속됐다. 우리가 새누리당 해체, 박근혜 하야를 이야기했는데 그대로 다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미국과 싸워서 이겼다. 베트남은 15년 동안 싸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리한다는 믿음이 있었다”라며 “차기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중단하고 불법적 사드 배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국회 비준동의 절차 밟기 전 모든 외교적 능력을 동원해 사드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명 원불교 교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이곳 성주군민들이 쓰고 있다. 성주, 김천 촛불이 대한민국 적폐와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라며 “절망하지 말자. 내가 들고 있는 촛불이 모여 대한민국의 촛불이 된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법치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린 시작이 성주 촛불이다”라고 말했다.
박석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성주와 김천 촛불이 이 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온 국민에게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했다”라며 “내일 새 대통령이 뽑힌다. 새 대통령은 가장 처음으로 사드 철회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김수상 시인과 김효경 씨가 300일 기념 시낭송, 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의 율동 공연도 이어지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집회 마지막은 여느 때처럼 성주성당 신자들의 구호로 끝났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