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장 이진훈)가 수성문화재단(이사장 이진훈)에서 벌어진 회계 비위 행위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수성구는 내부 고발을 통해 수성문화재단 직원 일부가 사업 수익금 중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을 적발했다. 수성구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다가 대구MBC 등 언론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지난달 26일 뒤늦게 공개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수성구가 수성문화재단에 위탁해 운영하는 수성아트피아 공연 담당 팀장 등 직원 5명은 공연 프로그램 북, CD, 도서 등을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규정에 따라 수입 처리하지 않고 별도로 사용했다.
사실상 이중장부를 두고 수익금 일부를 활용한 것이어서 배임, 횡령으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이지만 수성구는 단순 세입처리 부적정으로만 봤다.
수성구는 해당 팀장이 2013년부터 근무를 시작했지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현황만 파악해 공개했다. 이 기간 이들이 별도로 사용한 금액은 약 400만 원으로 추산되는데, 2014년 프로그램 북 판매 금액은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서 ‘확인 불가’로 감사 결과를 남겨 부실 감사 의혹도 인다.
수성구는 이 사건에 연루된 담당 팀장을 정직 1개월 징계 처분하고 다른 직원들은 각각 감봉 1개월, 견책, 경고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정리했다. 하지만 경찰은 문제가 더 크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성구가 수성문화재단 회계 문제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처분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성구는 지난해 수성구의회에서 ‘2015 수성못 페스티벌’ 예산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연루자들을 훈계 조치하는 데 그쳤다.
당시 의회 행정감사에서는 재단 직원과 친하다는 이유로 축제 관련 용역 업체를 선정하거나, 수의계약을 하면서 이미 내정한 업체가 다른 업체 대비견적서를 임의로 꾸며 오도록 해서 채워 넣는 등 회계 비리 문제가 확인됐다.
노상현 수성구 감사실장은 회계 문제에 관대해 보인다는 지적에 “이번 문제 같은 경우에는 우리도 배임으로 봤다. 거기에 따라서 전액 환수 조치하라고 조치도 했고, 재단에서도 중징계를 했다”며 “추가로 더 나올지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니까, 수사 기관에서 판단할 거다. 우리도 한계가 있지 않나. 우리 조사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수성구가 수성문화재단에서 벌어진 문제를 이렇듯 가볍게 처리한 건 회계 문제만이 아니다. 몇 해 전 수성문화재단 내에서 한 남자 직원이 여직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해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 넘어갔다.
당시 재단에서 성희롱 고충 담당자로 해당 문제를 제기했던 관계자는 “제가 그때 제보를 받아서 문서화하고 보고도 했었다”며 “당시 보고를 받은 상사가 큰 문제라고 걱정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갔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수성구는 수성문화재단 직원 2명이 상임이사 허락 없이 대학에 출강한 것에 대해선 해임까지 시키면서 강도 높게 책임을 물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에서 벌어진 회계 비위 행위나 성희롱은 솜방망이 처분하고, 외부 출강 문제는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징계 형평성을 두고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의회 행정감사에서 김성년 수성구의회 부의장(정의당, 고산동)은 “징계 대상자 부친이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임 구청장 선거운동을 한 사실을 알고 있냐”며 외부 출강 문제로 해임된 직원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로 해임된 직원 중 한 명은 10년 이상 재단에서 근무하면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고, 또 다른 직원은 징계 직전 연도에 우수사원 포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성구는 두 직원에 대해선 최고 수준 징계를 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김 부의장은 2일 통화에서도 “징계 대상자분이 과실이 있는 건 맞지만, (수성못 페스티벌) 회계 문제도 그렇고, 최근에 문제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의 징계 수위와 비교했을 때, 과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외부 출강은 이전 상임이사 때까지만 해도 장려했던 일이다. 그 시기에 그 사람들에 대해서만 문제 삼은 것이어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