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중 민원인에 폭행당한 달서구 공무원…“친절 강요에 대응도 못 해”

지난 31일, 민원인 폭행으로 공무원 A 씨 코뼈 골절
달서구 공무원노조, "민원 공무원 신변 안전 대책 마련해야"

13:02

대구시 달서구 한 공무원이 당직 중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부당한 민원제기에도 친절을 강조하는 민원 업무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1일 오후 8시 30분께, 당직 중인 달서구 녹색환경과 7급 공무원 A(49) 씨가 대구시 달서구청 7층 경제과 복도 앞에서 민원인 B(31) 씨에게 휴대폰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A 씨는 B 씨가 7층 경제과 사무실에 들어가 집기 등을 만지는 것을 보고,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말리려다 폭행을 당했다. A 씨는 코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골절돼 5일 수술을 받고 현재 영남대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달서구청 7층 경제과 앞 복도

달서구청은 업무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부터 당직자 5명이 구청 건물(8층)을 관리한다. 오후 7시께부터 자동잠금장치가 작동돼 지문 인식으로 출입해야 하지만, 사고 당일은 구청 행사로 출입구가 모두 열려있었다.

정재학 전국공무원노조 달서구지부장은 “오후 6시 이후에는 민원 업무가 마감되고, 찾아오는 민원인도 거의 없다. B 씨가 그 시간에 왜 구청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상습 민원인으로 유명하다”며 “민원 업무는 항상 친절을 강요받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나 폭언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잘못된 부분은 강력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B 씨는 달서구 감사관실, 경제과, 도시경관과, 청소과 등에 전통시장 상인회, 노점상, 도로 청소 등에 관해 여러 차례 민원 제기를 해 왔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경제과 역시 B 씨의 민원을 수차례 받았다.

황현구 달서구 경제과장은 “B 씨를 구청에서 본 지 1년 가까이 됐다. 주로 전통 시장 문제인데,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무작정 시정해달라는 내용이 많다”며 “시간만 나면 구청에 와서 공무원을 괴롭히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달서구 한 관계자는 “우리 구청 직원들이 많이 시달리긴 했어도 그분이 이런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며 “B 씨가 어제(3일)도 구청에 돌아다니는 걸 봤다. 민원인이 폭력을 행사해도 저희는 정당방위도 못 하니까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공무원노조 달서구지부는 4일 성명을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민원 담당 공무원의 신변 안전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오로지 친절과 직원 희생만 강요한 달서구청은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 수행 중인 공무원을 무차별 폭행한 가해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한 법적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5일 달서구청 공무원 명의로 탄원서를 달서경찰서에 제출할 예정이다. 달서경찰서는 A 씨와 참고인 조사를 끝냈고, 오는 6일 B 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