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6일 대구를 찾아 대구·경북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지역 곳간을 채워야 한다. 지역을 잘 살게 만드는 것은 지역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며 ‘산업’, ‘경제’, ‘일자리’를 키워드로 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이날 발표한 공약 중 ‘탈원전’을 제외하면 모든 정책이 산업 또는 개발 정책이었다.
문 전 대표가 오전 10시 53분께 대구시의회에 도착했을 땐, 지난 2월 업체로부터 문자로 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덤프트럭 노동자들과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로 시의회 입구가 가득했다. 송찬흡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은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해고 문제 해결을 부탁하며 유인물을 전달했고, 문 전 대표는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적폐청산을 하겠다고 하시는데, 희망원 적폐를 청산해달라”고 말하며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공약 발표 기자회견 중 시민단체 관계자가 희망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하자 이를 제지하는 고민정 대변인을 대신해 “부산의 형제복지원 사건이 떠올랐다. 정말 가슴 아프다. 관심 가지고 꼭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전통제조업의 구조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청년이 꿈을 펼치는 창업의 중심도시 ▲거점 도시를 연계하는 인프라 구축과 지역 내 균형발전 등을 대구·경북 공통 비전으로 삼고 ‘대구·경북 상생 공약’, ‘대구 공약’, ‘경북 공약’ 등 세 분야로 나눠 공약을 소개했다.
공식 발언에선 사드 거론 안 해···질문 이어지자 “다음 정부로 넘겨야”
(주)황재물류 덤프트럭 노동자, 대구시립희망원대책위 등 문제 해결 부탁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는 문 전 대표는 대구·경북에서도 일자리를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대구·경북에 필요한 것은 변화다. 균형발전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일자리로 보답하겠다. 전통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두 바퀴 전략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겠다”고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모두 발언과 공약 설명에서 경북 성주 사드배치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질의응답을 통해 사드 문제가 거론되자 “사드 문제는 제가 여러 차례 탄핵당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고, 그렇게 촉구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문 전 대표는 “다음 정부에서 국내적으론 국회 비준을 비롯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대외적으론 미국, 중국과 긴밀히 협의해 우리 안보도 지키고 우리 경제에 대한 국익도 지켜내는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넘겨야 한다”며 “실제로 다음 정부로 넘겨주면 안보, 경제 두 가지를 지켜내는 여러 가지 복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 전 대표는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 동맹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체결을 언급하면서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 동맹이 약화될 것이란 이야긴 가짜안보세력의 터무니없는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며 “참여정부 때 이라크 파병을 통해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를 강화했다. 한·미 FTA 체결도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경제 동맹 관계로 발전시켜 갔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 대구·경북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는 임대윤 민주당 최고위원(대구시당 위원장), 오중기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과 참여정부 시절 관료를 지낸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남영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배한동 경북대 교수, 김성팔 대구대 교수, 박기환 전 포항시장, 김진태 전 경북관광개발공사 사장, 김용락 대구더불어포럼 상임대표, 임배근, 강인순 경북더불어포럼 공동대표, 조기석 전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현권 국회의원, 김혜정 대구시의원 등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