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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희망원 문제, 천주교가 해결하십시오!”
22일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교황 즉위 4주년 기념 미사’에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대구시립희망원대책위원회(아래 희망원대책위) 활동가 30여 명은 오후 6시 열린 기념 미사에서 현수막을 펼치며 천주교가 희망원 문제 해결 주체로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성가대 노래 2절이 끝날 무렵, 희망원대책위 활동가들은 “천주교는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해결에 나서라”, “천주교가 운영한 시설에서 2년간 129명 사망이라니, 천주교는 국민에게 사과하라” 등의 현수막을 펼치며 교단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곧 명동성당 관계자와 신자들에 의해 진압당했다. 관계자와 신자들은 현수막을 빼앗고 신체를 제압하며 이들을 성당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여성 활동가는 신자로부터 뺨을 맞았으며, 남성 활동가는 무릎 아래까지 청바지가 찢겼다. 관계자들은 휠체어 탄 장애인 활동가도 무력으로 이끌어 바깥으로 내보냈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성스러운 미사 중이지 않냐. 끝나고 이야기하라”며 이들에게 말했으나, 희망원대책위 활동가는 “끝나고 대체 언제 이야기하나. 지난번에도 면담 요청서 들고 찾아왔지만 성당이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해 들어오지도 못했다. 천주교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수백 명이 죽은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은 채 미사는 진행됐다.
미사가 끝난 7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광주)가 성당을 나왔다. 희망원대책위 활동가들은 면담요청서를 들고 김 대주교를 따라가며 천주교가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성당 관계자들이 김 대주교를 에워싸며 활동가들을 막아섰다. 활동가들을 피해 차 사이로 도망간 김 대주교를 막아선 활동가들은 “제발 요청서를 받아달라”며 호소했다. 십여 분간의 실랑이 끝에 관계자가 대신 면담요청서를 받았으나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전달하고 언제까지 답변을 줄 것인지에 대한 답은 하지 않은 채 김 대주교는 또다시 활동가들을 피해 성당 옆 건물로 달아났다. 이에 활동가들은 “언제까지 답변해주실지 기한을 정확히 밝혀달라”며 따라갔으나, 관계자와 김 대주교는 활동가들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조아라 대책위 활동가는 “면담요청서 하나 전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가”라며 “희망원 사건 터진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구대교구가 37년간 시설을 운영했다. 이건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천주교 전체의 문제이며 교단 전체의 반성이 필요한 문제다. 명동성당이 이래선 안 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희망원은 1980년 대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대구시로부터 수탁받아 37년간 운영한 노숙인·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수년간 거주인 사망, 횡령 등 총체적인 문제가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월 19일엔 현직 신부인 배 아무개 전 희망원 원장이 구속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대구대교구는 이번 사건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한 채 교구 책임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 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