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도(대표 김예진)의 ‘아비, 규환’이 제34회 대구연극제 대상을 차지하면서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시상식은 지난 17일, 밤 9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렸다. 같은 극에서 주연을 맡은 김예진 대표는 최우수연기상까지 받아 두 번 시상대에 올랐다.
연출상은 극단 예전의 김태석, 무대예술상은 같은 극단의 최정주에게 돌아갔다. 우수연기상은 극단 처용의 김일우와 극단 미르의 황현아, 신인연기상은 극단 돼지의 박인경이 받았다.
대상을 받은 김예진 대표는 “다른 상은 안 받아도 되는데, 대상은 너무 받고 싶었다.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좋은 성과내겠다”며 단원들과 화이팅을 외쳤다.
연출상 수상자 김태석은 “연출가 중에 제일 선배라서 받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21명이나 되는 배우들을 잘 이끌었기 때문 아니겠나”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아비, 규환’은 안희철 작, 이현진 연출로 손호석이 각색한 연극이다. 이현진 연출은 무대가 된 어느 아파트 516호를 “집이지만 동시에 사회를 품고 있다. 폭력과 억업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군림하는 작은 사회”라고 설명했다. 또 “그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벋어나지도 못하는 가족이 있다”며 “사회적 문제, 권력의 폐해, 계층 간의 갈등 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아비, 규환’의 무대 가장 높은 곳에 놓인 쇼파는 아버지의 공간이다. 그보다 아래인 거실에서 엄마와 딸이 클래식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다정한 이야기를 나눈 모녀는 쇼파 밖으로 나온 아버지의 검고 거친 발을 보고 그의 발을 씻겨주면서 이야기가 고조된다.
심사위원장 서영우는 대상 수상작에 대해 “고도의 상징성, 암시와 비유로 한 차원 높은 에술성을 보였다”며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구연극제는 지난해 대상을 받은 극단 ‘원각사’는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2년 전 대상을 받은 이송희레퍼토리 등 총 6개 극단이 경연을 벌였다. 대상 수상작은 6월 2일부터 20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전국 16개 광역시·도 대표들과 경연을 펼치게 된다. 대구에서 전국 규모 연극제가 열리는 것은 2004년 제22회 전국연극제 이후 1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