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세부계획서 미제출·기간제 교사 출근 아직…한국사 연구수업 가능할까?

15일 교육부 제출 기한...경북교육연구원, "수업 무리 없어"
"현장 적용 방법 등 제시해야...제대로 수업하기 힘들 것"
기간제 교사 합격 발표도 미뤄져 국정교과서 수업 연일 차질

15:02

1명뿐인 역사 교사마저 수업을 거부해 한국사 수업 파행을 겪고 있는 전국 유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인 경산 문명고가 아직 세부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수업을 진행을 위해 채용한 기간제 역사 교사 출근 시점도 확정이 안 돼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7일 경북교육연구원은 연구학교 선정 공문을 통해 지난 10일까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세부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1명뿐인 역사 교사가 연구수업을 거부하면서, 세부계획서 작성 등 국정교과서 수업을 위한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한인숙 경북교육연구원 연구학교담당은 “15일까지 교육부에 (세부계획서를) 올리면 된다”며 “이미 연구학교 심사할 때 제출한 계획서가 있어서 수업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거다. 계획서를 계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중간 과정에서 제출하는 내부적인 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명고가 연구학교 신청 시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학생 참여형 수업을 통한 국정교과서의 현장 적합성과 타당성 제고”가 연구 목표다. ▲기존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국정교과서 내용 분석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 시 유의점 및 바른 방향 제시가 주요 연구 내용이다. 이를 위해 교과서 내용 정리와 논란 내용 분석 및 도표 작성, 학생참여형 수업 및 토론 수업을 할 계획이다.

이는 기초적인 연구학교 목표와 방향만 제시할 뿐, 실제 수업에 적용하려면 한국사 시대별(목차별) 중점 비교 주제, 주제별 교육현장 적용 방법 등이 필요하다.

문명고 한 교사는 “계획서 제출은 통상적으로 늦어질 수도 있지만, 교과서 주제에 따라 과제를 낼 것인지, 현장체험을 할 것인지 등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제시하는 것이 세부계획서다”며 “기간제 교사가 뽑혔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수업하기는 힘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문명고 신입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입학식이 취소됐다.

문명고는 지난 13일 역사 기간제 교사 최종 합격 발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채용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문명고 관계자는 “발표일은 학교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최대한 빨리 발표하고 (국정교과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기간제 교사 출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더 늦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빠르면 16일부터 기간제 교사가 출근하더라도, 연구학교 신청에도 관여하지 않은 교사가 단시간에 완성도 높은 세부계획서를 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문명고는 연구학교 수업 대상인 1학년에게 한국사 교과서를 나눠주지 않고 기존 검정교과서(천재교육)로 한국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학년은 EBS 수능특강 교재로 한국사 수업을 진행 중이다.

문명고 한 신입생은 “국정교과서 수업을 한다고 해놓고, 책도 나눠주지 않고 있다”며 “이것 또한 우리가 (비교해보고) 배울 권리를 무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는 20일께 문명고 학부모 5명이 이영우 경상북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