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가 장애인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한 한 서점에 ‘보행자’ 통행에 불편하다며 경사로 철거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경산시 사정동 경산역 앞, ‘호두책방’ 입구에 가로 42cm, 세로 150cm, 높이 10cm 장애인 휠체어 경사로가 있다. 경사로는 지난해 12월 개업한 서점 주인이 장애인 이용객 요청으로 지체장애인협회 지원을 받아 마련했다. 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는 장애인 편의시설 사업비를 경산시로부터 지원받아 설치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경산시는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들어와 현장을 방문해 도로법상 허가되지 않은 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청했다.
도로법 시행령 제55조에 따르면, 장애인 편의시설 중 높이 차이 제거시설 등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다. 우문삼 경산시 도로철도과 도로철도담당은 “민원 신고가 들어왔고, 허가되지 않은 시설물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지난 뒤, 경산시 허가민원과에서도 서점을 찾았다. 박 모 서점 대표는 “어떻게 허가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허가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시민들 통행권을 침해하고,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 이동권이 제한되어야 하나”고 말했다.
경사로가 있는 인도 폭은 약 2m80cm다. 경사로는 42cm다. 그마저도 가게 처마 바로 아래다. 비를 피하려고 굳이 서점 쪽에 붙어 걷지 않는 이상 경사로로 인해 불편을 겪기란 쉽지 않다.
김태석 경산시 허가민원과 개발허가담당은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할 수는 있는데, 허가가 날지 안 날지는 모른다”며 “그 시설물이 장애인 편의시설 역할을 하면서도 반대급부로 보행자에게 지장물 역할을 한다.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크기가 작으니) 굳이 밖으로 내지 않고 입구 턱을 조금 깎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가게를 방문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요청으로 설치했다. 아직 저 경사로에 걸려 다치거나 넘어지는 분은 못 봤다”며 “절차적으로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내고, 불허되면 행정 소송도 검토 중이다. 경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장애인 이동권이 이런 이유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도 경산시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도록 만들어 놓은 시행령 조항을 경직되게 해석하고 있다”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은 못 할망정 민간에서 노력해 설치한 것도 철거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철거 계고장이 오면 일시 철거한 뒤 곧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내기로 했다. 또, 경산장애인생활자립센터 등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도 준비하고 있다.
김건영 경산시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담당은 “지금으로선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방법이 가장 좋다. 허가민원과에 협조를 구하고, 이후에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