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7월 13일 성주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 나서도 성주군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놓지 않고 있다. 성주 사드 촛불 220일째를 맞는 17일 오후 7시 30분, 성주군 평화나비광장에서는 지난했던 성주 사드 투쟁이 패션쇼 ‘사드가go 평화오show’로 재연됐다. 이날 행사에는 주민 약 150여 명이 참여했다.
패션쇼에서는 지난 투쟁을 새록새록 기억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새누리당 장례식, 8·15삭발식, 인간 띠 잇기, 촛불노래자랑 등 주민들이 사드 투쟁을 위해 했던 행사들이 런웨이가 된 평화나비광장에서 다시 펼쳐졌다.
아이와 함께 일인시위에 나섰던 부모, 수업도 마다하고 달려 나온 학생들, 노래로 기운을 북돋워 준 예그린, 북팀, 성당·원불교. 그리고 사드 투쟁에 가장 앞장 서 있는 소성리 주민도 런웨이에 함께 올랐다.
소성리 할머니들은 몸빼바지를 입고 구부정한 허리로 런웨이를 걸었다. 도금연 할머니가 음악에 맞춰 재치있게 포즈를 취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뒤를 이어 나온 다른 소성리 할머니는 “사드는 미국으로”를 외쳐 호응을 받았다.
8·15삭발식 무대에선 김충환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정말로 다시 삭발했다. 배경음악으로 염불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스님처럼 분위기를 잡고 걸었다. 곧장 한 주민이 무대에 올라 비니 모자를 벗기자 엄중한 분위기도 머리카락처럼 사라졌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주민 이강태 씨는 “머리 깎을 때가 돼서 깎는 것”이라며 우스개를 더했다.
집회마다 광장에서 따뜻한 차를 나눠주던 천주교인들 무대에서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성가에 맞춰 열린 행렬 도중 방송팀이 실수로 그만 뽕짝을 틀어버렸지만, 무대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다음 무대 준비로 쇼가 지연되면 주민 손소희 씨가 참외 찐빵을 던지며 호응을 끌어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성주 출신 모델 김성경 씨는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시작되라는 우리 바람을 담았다. 모든 주민들과 함께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