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시 대구 지하철 노동자들은 어느 누구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동료를 잃은 슬픔보다는 수많은 시민을 구할 수 없었던 괴로움은 우리 스스로도 충격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분노한 것은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대구시와 공사 책임자의 태도였습니다. 참사 원인을 은폐하기 급급하고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자는 시민과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14년이 지난 현재 대구 지하철은 안전한가요?
17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중앙로역 상설무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대구지하철노조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 조합원 추모식을 열었다.
지난 2003년 참사가 일어났던 중앙로역에서는 차량 검수를 하던 조합원 2명과 통신기계실을 점검하던 조합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호를 주재하던 한 조합원은 사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당시 역사를 청소하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3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날 모인 조합원 100여 명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으로 추모식을 시작했다. 임경수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당시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자는 시민과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시됐다. 그 결과 유족, 시민대책위, 노동조합은 시민 안전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정부와 공사는 오히려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안전은커녕 외주화를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대구 지하철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변모했다. 현재 대구 지하철에는 1인 승무로 인한 공황장애, 역사 내 1~2명 근무, 승객편의시설 유지보수 외주화, 차량중정비 외주화 등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며 “권력과 자본의 야합으로 발생한 외주화와 민영화로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구도시철도공사 한 역사당 평균 인력은 2015년 말 기준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 중 840여 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청소, 경비 인력은 물론 전동차 중정비, 소방시설정비, 승강설비정비 등 안전을 정비하는 정밀 기사들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권택흥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적정 인력을 배치하라는 요구가 일을 좀 덜하려는 개인적인 요구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챙겨야 할 현장은 점점 외주화하고 있다”며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추모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국민의 생명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직장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기 2.18대구지하철화재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도 “1%라도 안전하지 않으면 그건 안전한 것이 아니다. 안전한 일터 보장은 여러분의 권리이자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여러분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노조에) 감사하다. 희생자대책위나 유족들 모두 하나같이 바라는 것이 안전한 지하철이다.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는 중앙, 지방행정을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겠습니다”는 구호로 화답했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추모식을 지켜봤다.
임경수 위원장은 “14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아픔을 기억합시다”며 “권력과 자본이 외면한 시민의 안전을 우리 노동자들이 지켜나가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안전한 사회를 소망하는 종이배를 접어 무대 앞에 모았다. 무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차례로 분향한 뒤 추모식을 마무리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던 전동차에서 난 화재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2.18안전문화재단은 참사 14주기인 오는 18일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추모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