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류회사에서 덤프트럭 기사로 20년 가까이 일한 노동자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분신을 시도하며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낮 12시께 대구시 북구 노원동 황재물류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하던 노동자 A 씨(64)가 몸에 시너를 뒤집어 쓰고 분신을 시도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화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 생명에 지장은 없다.
노조에 따르면 황재물류는 이달 초 덤프트럭 기사 75명에게 오는 3월 2월 이후 재계약을 할 수 없다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최소 10년에서 최대 20년 가까이 이 회사에서 일했다.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회사측에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7일부터 파업을 벌이며 물류기지가 있는 경북 군위와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비교적 연차가 높았던 A 씨는 파업 투쟁 중 ‘몸에 불을 싸지르더라도 후배들 고용을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자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처음 노조(전국건설노조대경본부 건설기계지부 황재분회)를 결성한 이후, 노조는 덤프트럭 임대료 협상 시점에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받자 노조를 없애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덤프트럭 기사 75명 모두 노조 조합원이다.
노조와 사측이 지난 2015년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조합원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겠다는 조항도 있다.
송찬흡 건설기계지부장은 “2년 전 사측이 운반비를 한 달에 140만 원 깎겠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 사측이 오히려 노동조합이 갑질을 한다는 등 이야기를 해 왔다”며 “단체협약 조항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일했던 노동자들을 갑자기 해고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 해고다”고 지적했다.
이에 <뉴스민>은 황재물류 관계자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집회 중인 관계로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노조는 이날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고용승계를 약속받을 때까지 파업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