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화재참사 14주기, 유가족 71%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겪어

"유가족들, 진상조사, 재난대응체계 미흡했다고 생각"
2.18안전문화재단, 13~18일 참사 14주기 추모주간 운영

20:23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유가족 71%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등 정신적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2.18안전문화재단은 지난해 10~1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44가구를 대상으로 한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기초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2017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2.18안전문화재단은 희생자 추모사업, 재난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 안전 교육 등을 위해 2009년부터 설립을 추진해 지난해 설립됐다.

결과에 따르면, 참사 유가족 71%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다섯 번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는 응답이 23%나 됐다.

응답자 중 20%가 우울/불안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답했고, 고혈압 또는 뇌졸중 16%, 위장장애 14%, 심장질환 13% 등 유가족 대다수가 하나 이상의 신체 및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2003년 이후 2월 이 무렵이 되면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된다. (뉴스민 자료 사진)

유가족들은 국가 기관보다는 피해자모임이나 가족, 친구들에게서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결과를 보면 유가족 및 피해자모임 88.1%, 가족 82.4%, 친구나 이웃 76.2%순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담당 공무원(시·군) 28.6%, 보건소 23.8%로 국가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이 가장 어려웠 던 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30%)이 가장 높았고, ▲추모사업 진행이 안 되는 것 25%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처벌 미흡 9%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추모묘역 조성 32%, 추모공원 22%, 추모탑 17% 순으로 추모사업으로 이뤄지길 바랬다.

재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처리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사고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투명한 조사(17%)가 가장 높았다. 이어 ▲분명한 재난대응 체계와 책임 있는 행동 15% ▲추모사업 14% ▲생명, 안전을 존중하는 문화조성 10% 순이다.

2.18안전문화재단은 “재난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속한 진상조사’와 ‘분명한 재난대응체계 및 책임 있는 행동’, ‘추모사업’이 미흡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유가족들의 욕구 또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유가족을 대상으로 개인상담, 집단상담, 인지행동치료 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하는 사람들끼리 자조모임을 조직하고 이를 지원할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민 재난 안전지킴이’를 발족해 운영할 계획이다.

2.18안전문화재단은 참사 14주기를 맞아 13~18일까지 추모 주간으로 정하고, 13일부터 중앙로역 ‘기억의 공간’에 시민 추모의 벽을 설치한다. 오는 17일 미확인 희생자 6인을 참배하고, 18일 대구도시철도공사 강당에서 추모식을 연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던 전동차에서 난 화재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