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립희망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이 인권 유린 사태와 비자금 조성 등에 천주교대구대교구와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희망원은 천주교대구대교구유지재단(이사장 조환길 대주교)이 운영하는 시설로, 소속 신부가 생활인 감금 등 인권 유린과 비자금 조성으로 구속됐음에도 이같은 수사 결과에 시민단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9일 오후 2시 대구지방검찰청은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중간 수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수사 결과, 업무과실상치사 및 감금 급식비 횡령 등으로 구속된 배 모(63) 전 대구시립희망원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25명이 입건됐고, 이 중 7명이 구속기소, 1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희망원 원장 신부 1명 구속 등 23명 기소
급식비 빼돌려 비자금 7억여 원 조성
검찰, “천주교대구대교구와 관련 사실 없어”
검찰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식자재 납품 업체에 대금을 과다 지급한 후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 받는 방식으로 대구희망원이 비자금 7억 8,000만 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중 희망원 운영에 사용된 2억 원을 제외한 5억 8,000만 원에 대해 횡령 혐의로 배 전 원장 신부를 기소했다.
특히 비자금 중 1억 7,500만 원이 구속된 배 모 신부 명의로 천주교대구대교구 산하 사목공제회에 예탁돼 있었다. 현재까지도 배 신부 명의로 1억 2,000만 원이 남아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생활인 177명 생계급여를 허위 청구해 6억 5,700만 원 상당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보조금을 지급한 달성군 생계급여 담당자 2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희망원 직원 2명이 공모해 치매 환자를 노숙인인 것처럼 부정 입소시킨 후, 의료급여 수급자로 병원에서 진료받게 해 의료급여 6,200만 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이주형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급식비, 기초생활수급비 외에 다른 비자금 조성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 외에 달리 조성된 비자금은 없었다”며 “희망원으로 지급되는 대구시 운영 보조금 사용 내역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주형 검사는 천주교대구대교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과 교구청의 관계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며 사목공제회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배 모 신부의 자금이 사목공제회로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하기위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같은 수사 결과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승엽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가장 우려했던 수사 결과”라며 “희망원을 운영하고 관리한 천주교대구교구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배 모 신부 구속으로 꼬리를 자르려는 검찰 수사를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인 공기총으로 쏘고, 감금시키고
인권 유린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인권 유린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생활교사가 지적장애 1급 생활인을 아무 이유없이 과녁에 세워 놓고 공기총으로 여러차례 발사하거나(특수폭행), 지적장애 2급 생활인을 말썽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노끈으로 몸을 ‘X’자로 묶어 4시간 동안 묶어두기도(체포) 했다. 관련된 생활교사 3명은 모두 구속 기소됐다.
또, 희망원은 내부규칙을 만들어 이성 교제, 금전 거래 등을 위반할 경우 독방 감금시설을 운영했다. 2010~16년까지 생활인 302명이 ‘심리안정실’이라는 독방에 길게는 47일 동안 강제 격리됐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생활인에게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겪는 생활인 간병을 맡기는 등 간병능력이 부족한 생활인을 중증환자 간병에 동원해 3차례 생활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주형 검사는 “상당 부분 수사가 됐다고 판단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고, 남아 있는 부분 추가적으로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희망원대책위, “검찰 꼬리 자르기식 수사” 비판
“천주교대구대교구와 조율한 것처럼 보일 정도”
이날 희망원 대책위는 긴급 성명을 내고 “이번 검찰 수사 결과는 천주교대구대교구와 조율한 것처럼 보일 정도”라며 “희망원의 운영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면죄부를 준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서승엽 공동대표는 “독방 운영도 희망원이 내부규정을 가지고 해 온 것이다. 반인권적인 내부규정을 운영하는데 희망원 운영자인 대구대교구는 빠졌다”며 “희망원을 운영하는 재단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한다. 그 재단 책임자가 조환길 대주교”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결과적으로 검찰과 대구대교구는 교구로 확대되는 수사를 막고, 배 모 전 원장신부에게 모든 책임을 씌웠다”며 “교구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