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보직교수가 비정규교수노조와 학생 사이를 이간질한 ‘막말’이 알려진 가운데 총장실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비정규 교수들을 교직원들이 또다시 막아섰다. 경북대 총장실 앞을 교직원들이 막은 것은 지난 1월 2일 김상동 신임 총장 취임식 후 벌써 두 번째다.
1일 오전 11시 한국비정규교수노조(한교조) 경북대분회는 경북대학교 본관 앞에서 보직교수 ‘막말’ 논란과 단체협약 체결 파행에 대한 대학본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김강욱 경북대 기획처장은 하생들과 면담 중 “(비정규교수는) 강의도 안 하고 돈 받는다”, “비정규직 교수와 같이 다니지 말라”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관련 기사 : 경북대 보직교수, 학생에게 “비정규교수와 어울려 다니지 마라”(‘17.1.23))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은 “김강욱 기획처장의 발언은 반교육적이고, 반학문적이고, 반노동적이다. 스승과 학생 사이 신뢰를 부정하는 반교육적인 발언”이라며 “보직교수들도 수업을 면제 받고 연봉을 받으면서 노동조합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 반학문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조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부정하는 반노동적인 발언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요 위치에 있는 한 통합은 커녕 갈등만 일어날 뿐”이라며 “노동이 존중되는 올바른 대학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11시 40분께 노조와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김상동 총장 면담을 위해 총장실을 찾았지만, 교직원 30여 명이 총장실 입구를 막아섰다.
김상동 총장은 총장실에 있었지만, 총장실 문은 잠겨 있었다. 총장실 관계자는 “(면담하려면) 예약을 하고 오셔야 한다”고 말했고, 노조의 항의가 이어지자 한 교직원은 “우리는 여기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임순광 한교조 위원장은 “근무시간인 직원들을 동원해 (총장실 앞을) 막고 있다. (총장님이) 총장실에 앉아 계시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며 “이게 신임 총장이 대학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다. 너무 분통이 터진다”고 지적했다.
실랑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성학 경북대 교학부총장이 나와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던 교직원들을 해산시켰다. 문 부총장은 “지난번 총장 취임식 때 우리는 믿었는데, 학생들이 점거를 하고 그랬으니까…”라며 “직원들이 알아서 한(막은) 것 같다. 면담 자리는 마련해 드릴 테니 다음에 오시라”고 말했다.
20분여간 실랑이 끝에 정보선 한교조 경북대 분회장 등 4명이 김상동 총장과 15분가량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단체협약 성실 교섭, 보직교수 ‘막말’ 제보 학생 징계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면담을 마친 정보선 분회장은 “총장님이 단협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 얘기했고, 보직교수 녹취록을 제보한 학생 징계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며 “학생 징계는 정식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는 답을 들었고, 해당 보직교수 발언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총장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면담에 함께한 이시철 경북대 교무처장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면담이 진행됐다”며 “(기획처장 발언 건은) 상세히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과 교수 사이에 신뢰가 있는 것인데, 경위는 잘 모르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그 오해가 좀 커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대 본부와 한교조는 11차례 단체협약 교섭 끝에 지난 1월 말 협상이 결렬됐다. 한교조는 비정규교수의 대학기구 참여 보장, 공동연구실 증설, 타임오프 인상, 임금 7.5%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본부는 임금 1천 원 인상과 기존 단체협약안 45개 항목 중 교육역량증진을 위한 워크샵 지원 등 20여 개 항목을 삭제하는 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