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와 관련해 국민투표까지 주장했던 안철수 대표가 변화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일 대구를 방문해 “정부 간 협약을 맺은 건 다음 정부가 함부로 뒤집는 건 국가 간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지금 최선의 방안은 다음 정부에서 미국, 중국 정부와 긴밀히 대화해 북핵 문제 실마리가 풀릴 때 미국에 사드배치 철회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는 여전히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하고 국민적 논의와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유력 대선 주자인 안 전 대표는 당론과 달리 당장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철회하는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안 전 대표는 국민투표까지 주장하면서 사드배치에 반대했는데 입장 변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가서 (협의)했지 않느냐”며 “상황이 그렇게 바뀌었을 때도 입장이 안 바뀌는 거야말로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김 실장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안보 정책 담당자를 만난 일을 언급한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달 10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안 전 대표는 개인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사드배치를 비판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면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야 3당(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중 가장 먼저 성주를 방문하면서 사드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후 사드배치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입장은 조금씩 변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사드배치 절차는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해 8월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국회 동의를 받으라는 뜻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사드 도입을) 반대하지 않았다. 무조건 반대하면 내가 왜 국회를 열자 제안했겠나. 우리 입장은 이런데(도입 반대), 우선 공론화해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데 비중을 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입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3일 대구 중견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안 전 대표는 “사드배치를 되돌리는 것은 외교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사드배치 철회에 회의적으로 말했다. 1일 대구를 방문해선 김관진 실장의 지난 1월 방미 일정을 입장 변화의 이유로 설명했지만, 이보다 앞서 입장 변화는 감지됐던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사드배치 관련 언급을 하면서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안 전 대표는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모든 기준을 국익에 둔다는 것”이라며 사드 관련 첫 질문에 밝혔고, 이어진 보충 질문에서도 “국익을 최선의 기준으로 보고, 거기에 맞는 입장을 가지는 게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