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약속? 파견용역은 포함 안 돼

대구시 호언장담했지만, 외주화 당연시된 청소, 경비노동자 고려 없어

19:33

지난 29일 대구시 노사민정협의회는 대구지역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가 2011년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 무기계약직 채용 방침을 발표한지 4년만이다.?그러나?정부 지침에서도?파견과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는?공공기관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대구시 공기업 공공기관도 파견과 용역 노동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대구시의 고용안정 약속은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뉴스민>은 대구시 공공기관과 공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현황과 대구시 대책을 뜯어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2011)에 따르면 2년 이상 계속되고 앞으로도 지속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채용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할 때 비정규직 근무경력을 인정한다.?하지만 공공기관, 공기업은 각각 정부와 지자체에서 정규직, 무기계약직 인력을 정해두기 때문에 지자체의 의지가 없이는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

대구시에는 경북대병원 등 공공기관 4곳, 대구시설관리공단 등 지방공기업 5곳이 있다.?이곳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얼마나 있을까.

2015년 1/4분기 기준, 공공기관 4곳 중 2곳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국립대구과학관은 기간제, 파견 또는 용역 등 비정규직이 76.6%를 차지했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도 63.0%나 됐다. 특히, 국립대구과학관은 정규직 정원이 45명이지만 현재 정규직은 28명뿐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비정규직 비율은 33.8%, 경북대병원은 18.5%였다.

대구시 공기업 상황은 어떨까. 시설관리공단의 비정규직 비율이 단연 돋보인다. 대구시설관리공단과 대구달성군시설관리공단은 각각 57.0%, 59.7%로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었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은 6월 기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267명, 기간제는 338명, 외주용역 17명이다. 대구시설관리공단 총무인사팀 관계자는 “우리가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대구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입장이라 무기계약직 전환에 애로사항이 있다. 사업장을 반납했을 때 무기계약직 가용인원이 넘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탁방식 자체가 변경된다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현재는 애로사항이 좀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규모가 가장 큰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비정규직 841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6.3%를 차지했다. 대구환경공단, 대구도시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11.4%, 11.5%로 나타났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달 그래피티 사건 이후 경비관리감독관 1명을 기간제로 채용했을뿐, 나머지 840명은 용역업체 소속이다. 이들 중 절반은 청소노동자다. 역사, 차량, 차량 기지 청소 등 청소 용역업체만 10개가 넘는다. 또, 전동차 중정비, 소방시설정비, 승강설비정비 등 정밀 정비 기사들도 용역업체 직원이다.

서재운 대구도시철도공사 총무인사부 차장은 “청소 등 단순업무나 중정비, 소방설비정비 등 전문성을 필요로하는 작업은 전문 업체에 외주하고 있다”며 “3호선이 개통되면서 용역업체 직원이 좀 늘어났다. 청소 업무는 도시철도가 야간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주, 야간으로 뽑고, 역사마다 청소하시는 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원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 경비 등 용역업체 비정규직은 일한 지 6년이 지나도…
공공부문 ‘직고용 or 간접고용’이 정규직 전환 좌우

도시철도?청소노동자는 대구도시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다. 청소노동자 업무가 ‘2년 이상 계속되고 앞으로도 지속되는 업무’지만, 용역업체 직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청소, 경비 업무를 외주화하고 있다. 이들은 관행상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가 된다. 고용노동부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고용승계를 지도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청소용역 등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항목으로 이들의 외주화를 당연시했다. 공공기관이 청소용역을 직영으로 전환하거나 사회적기업에 위탁할 때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것이 유일한 정규직 전환 유인책이다.

범점숙 대구일반노조 대구지하철시설관리지부장은 “올해로 6년째 일하고 있는데 나는 짧은 편이고, 18년 일하신 분도 있다. 우리도 똑같이 도시철도공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인데 용역업체 직원이라고 정규직이 안 된다. 우리 조합원 소원이 직고용이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시설관리지부는 대구도시철도공사 청소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 명으로 구성돼있다. 지난 3월부터 이들은 대구시에 직고용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관행상 고용승계가 된다고 하지만 매년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 공문에도 의미 있는 답변이 없어, 400여 명이 서명한 서명지를 첨부해 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은 직고용이냐 간접고용이냐에 따라 처우가 달라진다. 외주화가 당연시된 청소, 경비노동자들은 몇 년을 일해도 비정규직 용역업체 직원일 뿐이다. 이번 대구시의 ‘비정규직 고용안정 실천’ 계획은 이들의 고용안정까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도시철도 3호선 한 역사의 청소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