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서문시장 소방안전 종합대책 공청회를 열어 개선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능동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일 오후 2시, 대구시 중구 남산동 중부소방서 회의실에서 서문시장 소방안전 종합대책 공청회가 열렸다. 대구시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한 달 동안 마련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중구청 관계자, 교수, 상인대표 등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공청회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2시 8분 서문시장 4지구에서 일어난 불로 679개 점포가 불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도 정확한 발화 지점을 찾지 못해 아직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서문시장 역대 화재 ‘겨울’, ‘야간’에 일어났다
“대량 적재된 가연성 물질이 큰 화재 불러”
대구시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서문시장에서 일어난 큰 화재는 1952년 2월, 1967년 1월, 1975년 11월, 1976년 12월, 2005년 12월로 모두 겨울철에 발생했다. 최소 382개 점포에서 최대 4,200개 점포까지 소실됐다.
개선 대책을 발표한 박석진 소방안전본부 안전지도팀장은 “서문시장 큰 화재는 겨울철에 발생했고, 주로 야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안전본부는 ▲방화구획이 없는 개방형 구조 ▲의류, 원단, 인테리어 소품 등 가연성 재료 다량 적재로 연소 확대 ▲대량 적재된 가연성 물질로 스프링클러 효과 미약 ▲노점 판대대로 소방활동 장해 ▲시장 자체 경비인력 부족 등을 소방상 어려움으로 분석했다.
박석진 팀장은 “경제 활동을 위해 섬유나 커튼 등을 많이 쌓아 놓아 연소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점포별로 쳐 놓은 커튼 때문에 스프링클러 효과도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통합화재감시센터 설치 등 12개 대책안 발표
전문가들, “능동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필요”
상인, “화재 예방 상인 교육 필요”
이날 소방안전본부는 ▲통합화재감시센터 설치 ▲영상분석 화재감시시스템 구축 ▲자동화재속보 설비 설치 ▲시장 실정에 맞는 방화 구획 추진 ▲대신119안전센터에 고성능펌프차 배치 ▲호스릴 소화전 확대 ▲화재 예방 홍보 전광판 확대 교체 ▲소방⋅경비원 공용 무전통신시설 구축 ▲시장 야간 경비원 증원 ▲상수도 비상 응원체계 구축 전기화재 예방시설 추가 ▲대신119안전센터 순찰 강화 등 12개 대책(안)을 발표했다.
통합화재감시센터는 디지털식 화재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감지기 위치에 따른 화재 발생 정보를 제공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 신고하는 시스템으로 신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청 사업비 70%를 지원할 계획이다.
영상분석 화재감시시스템은 기존 CCTV에 영상분석 장치를 설치해 불꽃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장치다. 또 서문시장 방화 구획을 대구획과 소구획으로 세분화해 지구별, 층별 맞춤식 구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전흥균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감시 체계라든지 수동적인 소방활동이 많이 강화된 것 같다. 불을 끄는 능동적인 소방활동이 필요하다”며 “결국 사람이 없는 야간에 불이 난다면 자동소화설비가 꼭 필요하다. 스프링클러가 있다 해도 가연물이 많이 쌓이면 화재 지점이 살수 각도를 벗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안전 교육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소수현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대부분 단기 대책이다. 여기 나온 부분은 지금 현재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중장기적인 계획도 나와야 한다”며 “특히 서문시장은 가연성 물질이 많이 쌓여 있어 어느 전통시장보다 높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상인들은 화재 예방 교육 강화를 요청했다. 황영모 서문시장 1지구 번영회장은 “상가는 제도권 안에 있기 때문에 전기장판 하나라도 화기는 못 만진다. 하지만 노점에서는 연탄, 가스 등을 자유자재로 쓴다”며 “퇴근 후에 그 불들은 어떻게 정리하나. 이런 부분을 확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성 서문시장 2지구 번영회장도 “오늘 설명회는 설비 부분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상가 회원들이 화재 예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없으면 안 된다”며 “교육에 대한 투자도 지원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시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문제점과 의견을 검토하고, 관련 부서 실무회의를 거쳐 최종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