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지만, 대구시민들은 민주주의 역사를 직접 쓰기를 원했다. 대구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시민들은 “탄핵은 시작일 뿐”이라며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콘서트도 열었다.
10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국채보상로 중앙로네거리에서 ‘내려와 박근혜’ 6차 대구 시국대회가 열렸다. 교보문고 대구점 앞부터 CGV한일극장 앞 횡단보도까지 약 150m 거리를 시민 7천여 명(경찰 추산 2,700명)이 가득 메웠다.
이날 시국대회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등학교 2학년 고 조은화 씨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참석했다. 이금희 씨는 “오늘이 세월호 참사가 난 지 970일째 됩니다. 저희는 4월 16일을 970일째 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시민들은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보냈다.
이금희 씨는 “은화가 돌아오지 못했을 때 억장이 무너지지만, 9명밖에 안 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식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마음은 우리만 알았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가족을 찾고 싶은 것뿐이다. 대한민국이 국민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세월호 인양으로 가족을 찾고, 진상을 규명하고, 국가가 국민 생명을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고 호소했다.
김우진(14, 달서구) 씨는 “일부 학교 선생님들이 촛불집회에 학생들이 가는 걸 막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저도 걱정돼서 학교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니 한 선생님만 빼고는 화이팅을 외쳐 주셨다”며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할 때 학생들은 손 놓고 있었나.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4.19혁명, 5.18혁명, 6월항쟁 때 학생으로 참석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요즘 교실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 ‘기억이 안 납니다’다. 제가 정치 이야기를 하면 설명충이라고 놀리던 친구들이었다”며 “이런 친구들을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해 준 최순실에게 선물로 감옥으로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날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취업준비생 황진하(29, 달서구) 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와 헌법을 기만했다. 앞으로 만들 새로운 시대는 법 앞에 모두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옛날에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이 있었다. 만약 또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거리로 설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에서 온 농민 김종국(51) 씨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면서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그런데 전두환이 물러나니 후임 노태우가 권력을 잡았다”며 “우리가 이제부터 할 일은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정권을 만들 건가, 최순실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다. 반드시 정권을 바꾸고 부패 정권이 교체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1시간 30분가량 집회를 한 뒤 이들은 대구시 중구 공평네거리-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를 거쳐 행진해 다시 집회 장소로 돌아왔다. 다시 모인 시민 2천여 명은 오후 7시 50분께부터 ‘진실을 밝혀라’ 하야하롹×세월호 콘서트에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최일영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언론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기 직전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던 조대환을 민정수석에 앉혔다. 이것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그리고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박근혜 탄핵은 시작에 불과하다. 박근혜가 퇴진해야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퓨전 밴드 ‘이유’는 “박근혜가 탄핵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잊지 않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 우리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연을 시작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후부터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고 잊지 않기 위한 시민 행동을 하는 ‘달서약속지킴이’, ‘달서평화합창단’도 무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