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대구 시민들은 탄핵안 의결을 환영하며 새누리당 해체와 세월호 참사, 한일군사정보비밀보호협정 추진 등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적폐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탄핵은 너무하다는 반응도 드러냈다.
9일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재적 인원 2/3 이상인 234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서가 송달되는 즉시 박근혜 대통령 권한과 직무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탄핵 표결 결과가 발표되던 오후 4시 10분께 대구시 중구 동성로. 가결 소식을 들은 시민들 반응은 여전히 엇갈렸지만, 대다수는 탄핵 가결을 반겼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서명을 받던 원불교 도현 교도는 환하게 웃으며 “탄핵이 조금 전에 가결됐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손을 떼면 사드도 좀 풀리지 않겠습니까”하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윤선아(16, 달서구) 씨는 “탄핵은 당연한 건데, 황교안 총리가 그걸 대신한다는 것도 별로다. 박근혜 대통령이랑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못 믿겠다”며 “그분도 공안검사 이미지도 강하고 보수적으로 유명하지 않나”고 황교안 총리 대행 체제를 우려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 탄핵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김옥지(78, 중구) 씨는 “대통령이 나간다고 했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안 나갔다고 했으면 몰라”라며 “대통령이 못 하면 밑에 참모들이라도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거기는 다 도둑놈들만 앉아 있었겠노. 대통령만 잘못한 게 아닌데 너무 대통령을 뭐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이야기를 상가에서 듣고 있던 권오신(62, 중구) 씨가 “어르신 그게 아닙니다. 밑에 사람 관리하는 것도 다 대통령 덕목이고 재주입니다”며 김 씨를 타일렀다.
권 씨는 “저도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 짝사랑했습니다”며 “언론에 나오는 것 중에 1/10만 진실이라도 대통령 자격 없다. 지나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시골 면 서기도 못 한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추운데 나가서 떠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참모들 불러 놓고 대책도 논의하고 물러나겠다고 해야 한다. 김종필 씨가 한 이야기가 딱딱 들어맞으니까 더 미워죽겠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김 씨는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똑같다. 이제 탄핵 넘어갔으니까 법의 심판을 받겠지. 하지만 너무 그렇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후 5시 30분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대구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정한 권력의 권한을 멈춘 역사적인 날”이라며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국민을 짓누르며 자행한 모든 정책을 바로 잡을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권택흥 대구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박근혜 직무를 정지시키는 탄핵이 가결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라며 “지금부터 민주주의의 과제를 바로 세우느냐,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책으로 대표되는 재벌 중심 정책들을 청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택흥 운영위원장은 “박근혜의 직무가 정지된다고 해도 성과연봉제, 한일군사정보비밀보호협정, 사드 배치 등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문제도 적폐로 쌓여 있다”며 “야당이 지금부터 할 일은 대권에 유리한 정치 국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4년의 적폐를 즉각 폐기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입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규모 촛불 시국집회를 멈추지 않고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이제 시작이다’는 주제로 35번째 촛불집회를 열고, 오는 10일(토)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 일대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6차 대구 시국대회를 연다.
<뉴스민>은 이날 오후 3시 45분부터 4시간 동안 ‘탄핵 가결 이후 시민들이 해야 할 행동은?’이라는 질문으로 페이스북 라이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오후 7시 45분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된 설문에는 790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773(97.8%)명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때까지 촛불집회를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린다는 의견은 17명(2.2%)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