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대구경북 지역 탄핵 찬성률이 지난주 61.3%에서 이번 주 62.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대구 도심 동성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실제로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 다수는 탄핵 찬성 입장이었다. 그러나 60대가 넘어가자 탄핵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시민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탄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최혜승(20, 수성구) 씨는 “민주주의, 정경 유착 모든 문제를 도려낼 수 있는 시작점이 탄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시험을 친 이채은(19, 수성구) 씨는 가족들과 친구들도 탄핵을 바란다고 했다. 이 씨는 “어쨌든 탄핵을 해야 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집에서도 원래 박근혜 대통령 많이 지지했는데, 이번에 엄마가 너무 화나셔서 이건 좀 아니라고 많이 이야기하셨다. 학교에서도 친구들끼리 모이면 왜 빨리 탄핵 안 하냐고 이야기한다. 높은 사람도 아니고, 그냥 일반인인 최순실이 청와대에 들락날락하면서 오랫동안 (국정농단) 한 게 제일 그렇다.” – 이채은(19, 수성구) 씨
교복을 입은 학생도, 시내에 함께 쇼핑을 온 모녀도 특별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탄핵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앙로역 근처에서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던 정진현(25, 달서구) 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 씨는 “노무현 대통령 때와 달리 국정농단이 문제가 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탄핵당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렇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서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고 본인 할 말만 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과 소통하라고 뽑아 놓은 자리인데 항상 자기 말만 한다. 대통령 자질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잘못은 인정하지만 탄핵은 반대한다는 이도 있었다. 동성로에서 염통꼬치 노점상을 운영하는 윤월미(60, 중구) 씨는 노점에 마련된 작은 텔레비전으로 ‘TV조선’을 보며 꼬치를 굽고 있었다. 뉴스 속보에는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소식이 흘러나왔다.
윤 씨는 “물론 대통령 책임도 많아요. 첫째는 (최순실에게) 넘어간 게 잘못이고, 그걸 빌미로 대통령을 나쁘게 한 최순실을 무기징역에 처하고 재산을 압류를 다 해야 한다”며 “노점상 해도 먹고 살도록 기초를 닦아 놓은 게 박정희 대통령인데, (살아 있었으면) 딸을 저렇게 만들겠어요? 최순실이 완전히 망쳐놓은 거라”고 역정을 냈다.
“최순실이 도와주려면 끝까지 잘 도와서 명예로운 대통령이 되도록 해줘야 되는데. 물론 넘어간 거는 잘못인데 사람이라는 게 한 번 물 들으면 빠져나오기 참 힘이 듭니다. 40년 세월을. 청와대에 내가 전화도 했다.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지만 내가 가슴이 아프다. 먹고 살라고 이러고 있지. 나는 솔직히 탄핵 반대라고 들고 시위도 하고 싶은 사람이다.” – 윤월미(60, 중구) 씨
교보문고 대구점 지하상가에서 책을 보던 권 모(78, 달성군) 씨는 “탄핵 거리가 안 된다”며 탄핵을 반대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반기문, 마크 저크버그, 메르켈 등의 책을 모아둔 ‘리더의 자격’이라는 코너에 있었다.
권 씨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더 나쁘다는 점을 피력하며 “나라가 지금 뺄개이(빨갱이) 세상으로 넘어갔어. 박근혜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먼 미래를 위해서 (탄핵 반대한다). 공산주의 되면 나라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교적 노년층이 박정희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까. 오히려 김영광(67, 중구) 씨는 “내가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찍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까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한숨이 가득했다.
김 씨는 “지금 젊은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배신감이 크다”며 “우리 6~70대가 거의 다 찍었거든. 대구 사람이 보수적이잖아. 대통령이 원리 원칙대로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잖아”고 말했다.
“탄핵해야지. 믿고 찍었는데 결과가 너무 하잖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야당도 솔직한 말로 문재인 후보도 옛날에 한 게 있잖아. 거기도 맡기면 안 된다. 못 믿지 야당도. 대구 사람은 특히 더 하지. 자고 나면 말이 틀린 데 이제 어디에 (국정을) 맡기나.” – 김영광(67, 중구) 씨
대구 국회의원 13명 중 김부겸(수성갑, 더불어민주당), 홍의락(북구을, 무소속), 유승민(동구을, 새누리당), 주호영(수성을, 새누리당) 등 4명이 탄핵 찬성 의견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친박계 조원진(달서병, 새누리당), 추경호(달성군, 새누리당) 의원은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구 국회의원은 둘로 나뉜 민심을 어떻게 따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