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시 달성군에서 열린 첫 촛불집회에 시민 25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과 지역구 국회의원(추경호, 새누리당)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7일 오후 7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새마을금고 앞 인도에서 ‘박근혜 퇴진 달성 시국대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달성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이후 4선을 지냈다. 추경호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달성군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받으며 ‘박근혜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집회가 시작될 무렵 달성공단에서 일을 마친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합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도 달성군에 사는 조합원들이 준비했다. 시민 참여가 저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금세 사라졌다. 집회 중반을 넘어서자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모여들었고, 250여 명에 다다랐다.
집회 소식을 듣고 차로 30분 거리인 달성군 유가면에서 왔다는 구종희(41) 씨는 “소식을 듣고 아이 저녁도 안 챙겨주고 나왔다. 이런 데 나간다고 세상이 바뀔 줄 아느냐는 분들이 계신다. 지금 이건 나라가 아니다”며 “우리가 이렇게 해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제발 우리가 바꿔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모습 안 보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씨는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한다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시민들은 “청와대에는 나와도 달성은 오지 마소(화원 교도소는 환영)”, “국민의 명령, 목표 ‘달성’될 때까지”, “당장 방 빼”, “OUTPARK BLUEHOUSE”, “고마해라 나죽겠다”, “꼭두박씨 물러나라” 등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나왔다.
이영웅(18) 씨는 친구들과 함께 촛불과 피켓을 모아 인증샷을 남겼다. 이 씨는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소신도 없이 꼭두각시 짓을 했다는 것도 화나는데, 지금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자기 혼자 아니라고 버티고 있는 게 너무 화난다”고 말했다.
달성공단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진경원(46) 씨는 “대구 달성이 거의 30년 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지지해 왔다. 그 결과 새누리라는 권력의 부역자들을 만들어냈고, 전무후무한 무능력한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지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손으로 만든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우리 손으로 끝장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시간가량 집회 후 약 760m 떨어진 추경호 의원 사무실까지 행진했다. 추경호 의원 사무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쓰던 곳이기도 하다. 행진하는 동안 카페 테라스에 나와있던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추경호 의원 사무실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손에 든 피켓을 건물 입구에 붙이며 항의를 표시했다.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을 두른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형물도 등장했다. 인근 식당에서 나온 몇몇 주민들은 “대통령을 저렇게 묶어 놓는게 나라냐. 저리 가서 해라”, “전두환 시절이었으면 탱크로 다 밀었다 벌써”라며 욕설이 섞인 고성을 질러 일부 참가자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으면 오는 14일(수)에도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대구에서는 달서구 상인동 롯데백화점 앞, 이곡동 성서공단역 앞, 북구 구암동 롯데리아 사거리,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사 앞 등 모두 5곳에서 시민 800여 명이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벌였다. 중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는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이 촛불집회를 알리는 캠페인을 했다.
오는 8일 오후 6시 서구 시민들도 평리동 서구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첫 촛불집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