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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희망원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인권침해 행위 가담자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36년 동안 시설을 위탁한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관계자와 위탁자인 대구시에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대구시립희망원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부당한 사망사건 처리 ▲장애인·노숙인에 대한 폭행·학대 ▲ 급식비 횡령 ▲ 거주인 부당 작업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희망원 생활교사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부속 병원 의사와 급식부장을 수사 의뢰했다. 또,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위탁 취소와 관련자 징계, 업무 개선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 생활교사인 김 모, 임 모, 윤 모 씨는 거주인에게 주먹, 손바닥 몽둥이 등으로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음식물을 방바닥에 던져 먹게 하거나, 다른 거주인의 식사를 빼앗아 먹도록 하기도 했다.
희망원 노숙인재활시설은 사망자 대부분을 ‘단순 병사’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질식사했음에도 단순 병사로 사망 진단했고, 낙상 등 안전사고로 외상을 입고서 치료 도중 사망한 환자도 경위 파악 없이 단순 병사로 처리했다. 취침 중 사망한 채 발견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안도 단순 병사 처리했다. 인권위는 시설 부속 의원 의사를 변사체 신고의무 위반, 허위 사망진단서 발급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여 모 급식부장 등이 2012년 2월부터 약 11개월 동안 식자재 수령, 단가 및 품목 조작, 과다 및 허위 청구를 통해 3억 원 가량 급식비를 부당하게 지출한 사실도 밝혔다. 인권위는 관련 직원이 해당 업체와 공모해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 모 급식부장 역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노숙인재활시설에서 벌어진 임금 착취 문제도 사실로 드러났다. 거주인을 외부 공장에 일하도록 하면서 임금을 시설계좌로 받았다. 하루 24시간 간병도우미로 일하도록 하고서 임금으로 1만 원만 주기도 했다. 정신요양시설은 거주인에게 식사, 배식, 청소, 세탁 등 시설 내 필요한 작업을 시키고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42개 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희망원대책위)가 지난 4월부터 제기한 인권침해 문제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희망원대책위는 직접 가해자만 검찰 수사에 넘기고, 36년 동안 시설을 위탁하며 문제를 일으킨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 전·현직 시설장과 위탁자인 대구시에 책임을 묻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희망원대책위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의혹 내용을 국가기관에서 재확인해 주었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며 “대규모 수용시설 형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이 단순히 ‘정책과 업무 개선’을 권고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가 시립희망원을 시설 수용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 지원체계로의 근본적인 복지전환과 일련의 조치들을 취해나가지 못한다면 대구시 복지는 앞으로 그 어떤 희망도 없다”며 “대구시립희망원 생활인들에 대한 전면적인 탈시설 추진과 지원, 그리고 이를 통한 시설의 소규모화와 단계적 폐쇄 계획 발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립희망원을 36년 동안 운영해 온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은 잇따른 의혹에 지난 8일 대구시에 위탁권을 반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