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농성 408일의 ‘슬픈 신기록’을 세운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 그가 농성을 마무리 짓고 내려왔다. 경찰이 무리하게 체포영장 집행을 고집했고, 이 때문에 오후 2시에 내려올 예정이었던 차광호 씨는 결국 오후 7시 20분에야 내려올 수 있었다. 끼니도 거르고 일찌감치 차광호 씨를 마중 나온 그의 노부모는 굴뚝 아래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크레인을 이용해 굴뚝에서 인도되어야 하고, 경찰이 지정한 병원으로 가야 하며, 차광호와 면회는 할 수 없다.” 오후 2시 경북 칠곡군 석적읍 중리 스타케미칼 공장 정문 앞 주차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 맞이 및 투쟁보고 결의대회’가 미뤄진 이유다.
오후 7시 10분, 4시간에 걸친 경찰과 금속노조의 협의 끝에 차광호 씨는 가족·변호사 등 7명과의 접견만 마치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진료 결과에 따라 조사 시기를 정할 방침이다. 차광호 씨에게는 건조물 침입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경찰은 오늘 보니 순 나쁜 짓만 하네요. 전부 엄마 계시지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주세요. 오늘 2시에 내려온다고 해서 왔는데 왜 못 내려오게 합니까. 나는 내려온다는 소식 듣고 아침도 못 먹었어요. 왜 내 아들을 못 보게 합니까.”(차광호 씨의 어머니 오정자 씨)
오정자(74) 씨는 차 씨를 눈앞에 두고 발을 굴렀지만, 차 씨가 땅에 발을 딛자 한달음에 달려가 포옹했다.
차광호 씨는 “이 세상이 잘못되니 것을 바로잡으러 올라왔다. 내려갈 때까지도 경찰이 가로막아 동지들이 못 오게 하는 수모를 당했다”고 항의했다.
이어 “굴뚝에 올라와서 한 달째, 장모님이 말기 암인 걸 알아서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굴뚝을 지켰다”며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할 때 해복투는 함께 투쟁했다. 이제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본에 맞서 싸우는 또 다른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후 6시께 경찰과 합의점을 찾은 금속노조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결의대회에서 “노사가 이미 회사 안에서의 결의대회에도 합의한 상황인데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이 어렵다고 회사 안에서의 결의대회를 불허한다고 회사에 통보했다”며 “체포영장 집행 방해의도는 전혀 없을뿐더러, 그저 얼굴 보고 목소리를 잠깐 듣겠다는 요청을 거부한 것”이라며 경찰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노사는 7일 스타케미칼 해고자 11명에 대한 고용보장과 함께 민형사상의 고소도 모두 취하하겠다고 합의했다. 이외에도 ▲2016년 1월부터 정상 고용 ▲스타케미칼 공장 가동 시 고용승계 ▲스타케미칼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신규 법인 설립할 시 고용도 보장하기로 했다.
차광호 씨는 20여 년 전, 지금의 스타케미칼 이전 회사인 한국합섬에서 일을 시작했다. 스타케미칼 인수 당시 5년간의 투쟁으로 고용승계를 이뤘으나, 1년 8개월 만에 공장이 멈췄다. 2013년 사측은 분할매각을 시도했고?금속노조 스타케미칼지회는?사측의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해고자 28명 중 11명이 복직 투쟁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