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교수 170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학생들과 학내 가두행진을 벌였다. 재단이 들어선 2009년 이후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학내 집회는 처음이다.
8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서 영남대 교수, 학생 등 200여 명이 모여 ‘시국을 걱정하는 영남대학교 교수 170인 일동’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교수를 포함해 86명은 실명을 밝혔고 84명은 익명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 ▲거국 중립 내각 구성 ▲진상규명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교수 일동은 “영남대는 한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과 이사로 몸담았던 학교다. 당시에도 최태민 일가의 부정, 비리로 영남대가 황폐해지는 것을 지켜본 기억이 있는 우리는 이번 사태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남대학교는 박근혜 대통령이 1980년 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이후 1988년까지 평이사로 재임하다 학내 구성원 반발로 사퇴했다. 이후 영남대는 관선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다 지난 2009년 재단 정상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사학분쟁조정위는 ‘설립자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박 대통령에게 이사 7명 중 4명에 대한 추천권을 줬다.
교수, 학생들은 시국선언 후 중앙도서관에서 시계탑까지 15분여 동안 학내를 행진하며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국정 농단 책임지고 박근혜는 감옥 가라”, “비리 정권 물리치고 민주정권 수립하자”, “어두운 정권비호 영남대는 거부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시국선언을 모집한 이승렬(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영남대학교는 전국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대학이었다. 재단이 들어선 이후에 이런 규모의 학내 집회는 없었다”며 “학교와 관련한 여러 비리 보도에 대해서 학교 측에 진상 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영(산림자원학과) 씨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시국선언이 아니다. 불의가 오면 저항해야 하지 않나. 그것이 지식인 아닌가. 우리가 공무원 되고 취업하려고 대학에 온 것은 아니”라며 울먹이며 다른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영남대 학생 107명 연서명으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단을 계속 모집하고 있으며, 오는 11일 12시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시국대회 ‘박근혜는 하야HEY!’를 연다.
다음은 ‘시국을 걱정하는 영남대학교 교수 170인 일동’ 명단이다.
강기호, 강길호, 강미정, 강선아, 구춘권, 권동우, 권미숙, 권성인, 권오근, 김경란, 김경은, 김기수, 김남규, 김미정, 김시용, 김외현, 김용섭, 김윤미, 김임미, 김태근, 김현생, 김혈조, 김혜란, 김화영, 김희영, 남상권, 노영신, 도현학, 류희식, 문석배, 민승기, 박문석, 박미리, 박지웅, 박형범, 배정호, 서인석, 손호건, 송병렬, 신미섭, 양재열, 육종석, 이강옥, 윤종욱, 이경미, 이경희, 이광오, 이광우, 이명주, 이병훈, 이송평, 이승렬, 이승은, 이영철, 이용일, 이우철, 이은정, 이인선, 이정식, 이정은, 이창언, 이태영, 이현진, 임완혁, 임정기, 정남희, 정달현, 정병기, 정병석, 정원철, 정재완, 주형일, 조임영, 진현선, 채광수, 최문기, 최소인, 최연숙, 최병해, 최재혁, 하윤주, 하재철, 허증 외 86명(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