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우울해서. 어째 살까 싶어서 머리라도 밀었는데 벌써 이렇게 자랐어. 내야 어떻게 살겠지만 내 손자들은 성주에서 어떻게 살까. 사드, 아즉까지 끝난 게 아니야. 200일이고 300일이고 사드 끝날 때까지 계속 나올 거야”(성주읍, 정순분, 62)
삭발한 머리가 두 달 만에 덥수룩이 자랐다. 지난 8월 난생처음 머리를 밀었던 정순분 할머니는 사드만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에 촛불집회에 발길을 끊지 못한다. 성주 사드 반대 촛불집회 100일째, 정 할머니는 또 다른 100일을 준비한다.
성주군 사드 최적지 발표. 박근혜 대통령 제3부지 언급. 908명 삭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성주 내 제3부지 공론화. 김항곤 성주군수의 제3부지 검토 요청. 투쟁위원회 개편. 김항곤 성주군수의 막말. 군청 폐쇄와 천막 철거 압박. 국방부의 초전면 사드 제3부지 발표.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온 성주의 100일. 성주군민은 변함없이 촛불을 들고 “사드 철회”를 외쳤다.
20일 오후 7시, 100번째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성주군민과 대구, 김천 등에서 참가한 시민 900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 박문칠 감독의 성주 투쟁 기록, 성주군민 남진수 씨가 촬영한 영상이 상영됐다. 김태수 시인 시낭송, 김천에서 온 율동맘과 평화를사랑하는예술단의 몸짓 공연, 원불교 평화를찾는사람들, 가수 김원중 씨, 스카웨이커스 노래 공연도 이어져 흥겨운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은 “오늘 촛불 100일을 맞아 바구니에 담은 백설기 나눴다. 우리는 그 바구니에 평화를 담을 것”이라며 “광주는 빛 고을이다. 성주는 별 고을이다. 빛과 별은 백성의 마음을 비추는 빛이다. 평화를 해치려고 초전으로 사드를 옮기려는데, 우리가 촛불로 성주 사드를 박살 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일 구미시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윤 의원은 “구미에 (스타케미칼이) 폭발해서 국민 한 명이 죽고 세 명이 부상당했다. 들여다보지도 않고 시장에 갔다. 이런 대통령에게 우리 안전과 평화를 맡길 수 있나. 절대 그럴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도심 원불교 대구경북교구장은 “사드가 철회되고 평화가 지켜지면 일등 공신은 바로 이곳에 계시는 분들이다. 그때는 별 성자가 아닌 성인 성자 성주로 바꿔야 한다. 정산종사만 성자가 아니라 평화를 지켜주신 여러분 모두가 성자”라며 “사드 괴물이 워낙 세다 보니 100일이 지나도 꿈쩍도 안 한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전국 곳곳으로 촛불이 번져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BJ 망치부인은 “100일 동안 지켜낸 것 너무나 훌륭하다. 지치고 힘들겠지만 다시 일어서야 한다. 전 세계에서 누구도 막지 못한 미국을 성산포대에서 여러분이 쫓아냈다. 골프장을 최종이라고 하는데 골프장도 방 빼게 될 것이다. 김천에서도 막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데 생명과 재산을 이렇게 위협하는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소나기가 내려도 비바람이 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100일 동안 촛불 켜준 성주군민 고맙고 자랑스럽다. 춤추는 평사단, 노래하는 예그린, 북 치는 풍물패, 매일 촛불 나오는 자원봉사자, 무대 설치한 분들 리본 만드는 분들 모두 대단하다. 성주촛불 지켜봐 주시고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도 감사하다. 200일, 300일이라도 성주군민은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군민 40여 명은 오후 6시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 모여 사드 배치 철회와 평화를 기원하는 100배 절을 했다. 100배가 진행되는 동안 오후 6시 30분 풍물패 장단에 맞춰 등을 밝히고 군청 일대를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