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대책위, 대구가톨릭 향해 “희망원 진실 밝혀라”

카톨릭 재단 운영 희망원, 갖은 논란 속 침묵하는 대구카톨릭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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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보다 더 큰 신뢰를 갖고 있다. 가장 억압받고, 탄압받는 사람 옆에 있던 종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망원에서 입에 담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많은 분이 돌아가셨고, 일반적인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살아야 했다. 대구대교구는 가톨릭이 받는 신뢰 속에서 챙겨선 안 될 이익을 챙겼을지도 모른다. 희망원의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그곳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사람들이 죽어갔다. 이것이 진실이다” (서승엽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가톨릭 정신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으로 이 자리에 섰다. 세월호 참사로 모든 국민이 아파할 때, 그것을 어루만져 준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교황께서 따뜻한 손 잡아주심으로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줬다. 우리 가톨릭은 없는 자 편에서 손잡아주고, 싸워주는구나 눈물 흘렸다. 그런데 희망원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된 폭력, 횡령, 탄압 소식을 접하면서 이것이 사실일까, 의구심을 가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할 수 없는 진실 앞에 가슴이 떨렸다” (권택흥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10일 오후 2시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구뿐 아니라 경북 지역 천주교 신자들의 구심점으로 서 있는 대구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60여 명의 사람들이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과 횡령, 비리를 규탄한다. 대구구천주교유지재단은 하느님과 시민들에게 고백하라’고 적힌 현수막 옆에 서서 가톨릭 교회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이어갔다.

▲대구희망원대책위가 10일 대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희망원 문제에 침묵하는 가톨릭을 비판했다.
▲대구희망원대책위가 10일 대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희망원 문제에 침묵하는 가톨릭을 비판했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중요한 시점마다 탄압받는 사람들 편에서 싸워온 가톨릭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 가까이는 지난 2014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바짝 마른 손을 잡아주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최근 알려진 대구시립희망원의 수많은 인권 유린, 부정, 비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958년, 대구시가 설립한 노숙인 시설 희망원은 1980년부터 재단법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위탁 운영해왔다. 올해로 벌써 36년에 접어든 긴 세월이었다. 긴 세월 동안 가톨릭이라는 신뢰의 이름은 희망원에서 벌어지던 학대와 비리를 가렸다.

2014년 1월부터 2년 8개월간 희망원 거주인 129명이 사망했다. 매달 4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인 데다, 먼 과거 일도 아니고 2014년부터 최근까지 벌어진 일이지만 외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2년간 희망원에서 거주하다가 퇴소한 A씨는 “직원들이 뭘 이야기했는데 내가 거절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내가 여기서 편히 지낼 수 있을까.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내부 일이 외부로 전해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6일 대구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김삼화 국회의원(국민의당)은 희망원 생활인들이 시급 1,228원을 받으며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근거 자료를 공개했다. 시설 경비업무를 했던 생활인은 오전 5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휴식시간 3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9시간 30분 일했지만 한 달 임금은 35만 원을 받았다.

같은 날 41개 대구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이 참여하는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희망원이 부식비 납품 비리를 통해 연간 4억 원을 횡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희망원대책위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희망원 이중장부 등을 제공 받아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3억 1,500만원이 허위 또는 단가 및 수량이 조작된 가격으로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희망원은 지금까지 제기된 사실들이 지나치게 왜곡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희망원으로부터 받은 입장문을 보면, 희망원은 “사망자 129명 중 123명이 희망원이 아닌 의료 기관 입원 중 사망”했고, “시설에서 사망한 6명 중 4명은 병사, 2명은 기도폐쇄 등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희망원은 “물론 기도폐쇄로 인한 사망사고는 희망원의 관리 소홀”이라고 인정했지만, “일부 언론이 희망원에 입소해 있는 생활인 중 10%가 2년 동안 사망했다는 의혹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또, 노동 착취 건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생활인들의 도움 없이 시설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희망원의 주 목적은 노숙인의 자활이다. 희망원은 일자리를 원하는 업체와 생활인 연계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생활인들이 업체로부터 정상인만큼 임금을 수령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일부에선 강제 노동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급식 납품 비리와 관련해서도 “2015년 외부 감사를 자청해 진행했다”며 “외부 공인회계사가 2개월 진행한 감사 결과 납품 비리를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납품업체의 문제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제기된 모든 문제점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국정감사 과정이나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원 문제로 인해 가톨릭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는 대구구천주교유지재단이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 탓도 있다. 재단이 운영하는 매일신문은 희망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동안 단 한번도 여기에 대해 보도하지 않다가 지난 8일 희망원의 입장만 반영한 기사를 보도해 비난이 잇따랐다.

이날 집회에서도 장영대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 사무국장은 “침묵하던 매일신문이 희망원 입장을 그대로 요약하는 소식을 전했다”며 “이번 주 금요일에는 대책위 입장을 실어줄 것이라고 기대해보겠다”고 희망원 문제 보도에 소극적인 매일신문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