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마당에서 쫓아낸 김항곤 군수도, 추석연휴와 빗방울도 성주촛불을 꺼뜨릴 수 없었다. 16일 저녁 7시 30분 8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6차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성주문화원 앞 인도에서 열렸다. 이따금 굵직한 빗줄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군민들은 우비를 입고 저녁 9시 20분께까지 촛불집회장을 끝까지 지켰다.
첫 자유발언에 나선 조만희(62, 벽진면) 씨는 “성주에 제3부지라는 동네가 생겼나 착각했다. 초전면을 미국땅으로 바꾼다고 해서 초전이 성주가 아닌 것이냐. 마치 성주가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사기극을 정치꾼들이 벌이고 있다”고 꼬집으며 “국민들에게 대포, 총 한자루씩 줘서 나라 지키라는 게 안보가 아니다. 전쟁이 나지 않고 평화로운 상황을 만드는 게 안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제 형님이 월남전에서 총알 맞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평생을 약에 시달리며 살다가 돌아가셨다. 전쟁은 화려한 영화나 게임 속 장면이 아니다. 총칼이 움직이는 순간 모든 자비는 사라진다. 전쟁에서 죽어나간 사람 중 절반이 군인이 아닌 기층민중이다”며 “이러한 전쟁 위험을 양산시키는 사드 배치를 막는 성주군민의 투쟁은 21세기 가장 아름답고 자비로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온 가수 황성재 씨가 세월호 추모곡 ‘화인’과 ‘광야에서’ 등을 공연했다.
박노육(선남면) 씨는 어릴 적 부르던 노래 가사를 개사해 군민들에게 소개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닥치고 대장, 총리는 비비고 대장, 국방장관은 헛소리 대장, 국회의원은 딸랑이 대장, 닥치고 대장, 비비고 대장, 헛소리 대장, 딸랑이 대장, 나~라 꼴 좋~다”라는 노래를 불러 군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고 박근혜도 다시 보자”, “사드 대신 남북대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배윤호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촛불집회에서 학생을 지키기 위해 나온 선생님, 신자를 지키기 위해 나온 목사님, 신부님을 만났다. 군민을 지키기 위해 나오는 군수가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수의 막말에 대한 고소인 모집이 1천 명을 넘었다고 하는데, 이걸 가지고 박수쳐야 하는 게 참 서글프다”며 “군수는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군민은 지역,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자기 이익을 위해 군민을 군청 마당 길바닥을 내몰았다. 주민소환을 할 필요도 없다. 군수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윤호 공동위원장은 “도로변이 위험하니 (성주문화원) 안쪽 사용을 요청하면 군청이 허가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우리가 자리가 없어서 사정하겠나. 만약 군수가 정말 군민이 불편하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기가 잘못 판단했다고 이곳에 나와서 군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 다음 내가 잘못했으니 사드 막아낼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하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 다음 “김항곤 군수는 자진 사퇴하라”는 구호를 참가자들과 함께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