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탑승한 차량이 사드 배치에 항의하던 성주 주민 차량을 부딪친 후 달아난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황 총리 차량과 부딪친 주민 이민수(38, 성주읍) 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7월 15일 사고 이후 50일이 지나는 동안 이 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던 경찰이 뒤늦게 압수수색을 해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북지방경찰청은 7일 오전 오후 9시께 사고 당시 운전자 이민수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민수 씨의 자택과 사고 당시 운전한 차량 등 차량 3대에 대하여 수색을 진행한 후, 이 씨의 핸드폰과 이 씨 아내의 핸드폰, 이 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관련한 증거물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씨는 “너무 황당하다. 사고 이후 112에 뺑소니로 신고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도 없어서 억울한데 압수수색이라니…그동안 경찰은 조사하겠다고 요청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경찰관 4명이 아내를 둘러싸고 윽박지르는 등 공권력을 동원한 겁주기식 수사를 이해할 수 없다. 민사소송에 대한 보복성 과잉수사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8월 경찰이 곤봉으로 유리창을 파손하고 황 총리가 탑승한 차량을 운전한 경찰관이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고 도망갔다고 주장하며 유리창을 파손한 경찰 2명, 차량을 운전한 경찰 1명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씨의 주장처럼 이번 압수수색은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수사 과정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적용 수사 언급한 경찰
압수수색에서는 ‘일반공무집행방해’로 혐의 바꾼 이유 무엇?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15일 저녁이다.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총리는 주민 항의가 이어진 끝에 경찰관 개인 차량을 타고 성산포대로 향했다. 오후 6시 15분께 이민수 씨 일가족 5명은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성산포대 진입로에 차량을 세워두고 있었다. 이때 황 총리가 탑승한 차량과 이 씨 가족이 탑승한 차량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였고, 이후 황 총리가 탑승한 차량은 충돌에 대한 사후조치 없이 성산포대로 향했다. 그리고 경찰은 이 씨 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의 유리창을 파손했다.
7월 18일 경찰은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에 사고 현장 검증 조사를 맡겼다. 이 자리에는 이 씨와 황 총리를 태운 차량 운전자 경찰관도 참석했다. 이날 현장검증 브리핑에 나섰던 사건 수사 담당 송청락 경북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장은 “두 차량 모두 블랙박스가 없고 앞선 경호차도 후방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입장이 상반돼 전문기관인 도로교통공단의 현장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 사건 결론을 낼 것”이라며 “교통사고가 아닌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5일 대구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민수 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름여가 지난 7일 압수수색 당시 경찰은 이 씨에 대해 ‘일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인 류제모 변호사(법무법인 우리하나로)는 “당초에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압수수색 영장에는 일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고 한다. 이는 이 씨가 후진을 해서 황 총리 차량을 박았다는 경찰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특수나 일반공무집행방해나 같은 행위이다. 특수라면 흉기나 이런 게 있으면 특수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큰 차이는 없다”고 해명했다.
50일이 동안 이 씨 소환조사 한 번 없다가 압수수색
도로교통공단 현장검증 결과 공개 안 하는 이유는?
의문점은 또 남는다. 경찰은 7월 15일 사고 이후 이 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참고인 소환조사, 피의자 소환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 씨가 직접 뺑소니 사고로 112에 신고한 이유로 성주경찰서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다.
50여 일이 지난 다음 수사를 한 목적은 무엇일까. 증거물이 필요하다면 은폐와 훼손을 막기 위해서 사고 이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관례다.
이에 대해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 씨는 성주경찰서에 가서 112신고를 왜 했는지 조사받은 것만 있고, 우리가 소환조사한 적은 없다. 법원에서 압수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영장이 발부되기 때문에 자료를 모으는 과정이 더뎠다. 소명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시간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사고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를 압수했다. 경찰이 압수한 이 블랙박스는 이미 사고 직후와 18일 현장검증 당시 작동이 되지 않았다는 걸 경찰도 확인했다.
이 씨는 “18일 조사에서도 경찰과 도로교통공단 모두 작동된 블랙박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뒤늦게 이 블랙박스를 압수한 것은 증거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도로교통공단 현장 검증 결과는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