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30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는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53번째 촛불이 타올랐다. 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참석자들은 자유 발언을 이어나갔고, 시 낭송, 노래, 판소리 공연 등 문화 공연도 다양했다.
박수규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홍보분과 실무위원은 성주군 벽진면 한 주민이 보내온 편지를 대신 읽었다. 편지를 읽기 전 박수규 위원은 매일 촛불 문화제를 참석하는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과 곽길영, 도정태, 배명호 군의원을 호명하며 군민들과 함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벽진면 주민은 편지에서 “사드가 성산포대가 아닌 다른 데 가면 그래도 좀 낫지 않겠냐고 한다. 다른 곳은 성주 아닌가. 평생 원수처럼 지낼 자신이 있는가 보다”며 “이건 경우가 아니다. 다른 곳에 가면 성주읍이 살아난다는 엉터리 사고방식은 버리세요”라고 밝혔다.
이어 “정말 대한민국을 지키고, 성주를 지키고, 가정을 지킨다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사드를 철회하고 남과 북,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 대화하여 평화를 만들라고 말이다. 상대가 아무리 밉고 맘에 들지 않아도 현실은 현실이다. 무조건 무기로 제압하겠다는 논리는 역사상 모두가 공멸”이라며 “6~70년대식 찍어누르기 사고방식은 이제 맞지 않는다. 우물 안 개구리식 국가 안보는 필요 없다. 수준 높은 국가안보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대화와 지혜이다”고 지적했다.
촛불 문화제를 찾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도 사드배치만 주장하는 정부를 질타했다. 성주군 용암면이 고향인 김정범 인의협 대표는 “우리나라 국방 예산이 40조가 넘고, 북한은 불과 1조 원이다. 1조밖에 안 쓰는 북한이 위협적이라고 하는 정부를 납득할 수 없다”며 “건강보험 예산이 한 해 40조다. 국방 예산 반만 줄여 건강보험에 쓰면 전 국민이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도에서 온 대학생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불과 10년 전 제주에서도 성주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정마을에 해군 기지를 짓는다고 마을 주민 87명을 매수해서 총회를 열고 기지를 유치했다. 반발한 주민들이 다시 투표했다. 830명이 투표해서 93%가 반대했는데, 대법원은 주민 87명이 모인 그 총회가 법적 효력이 있다고 한다”며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 저는 제주 해군 기지나 성주 사드배치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자주, 평화, 민주주의를 이룩하려면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 판소리꾼 김명자 씨는 ‘슈퍼댁 씨름 대회 출전기’라는 판소리 공연을 선보였다. 30분가량 이어진 공연에 김 씨는 군청 앞마당을 누비며 군민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촛불 문화제는 성주군 통기타 동호회 예그린과 평사단(평화를 사랑하는 공연단)의 노래와 몸짓으로 마무리했다.
오는 10일(토)에는 ‘성주 촛불 노래자랑’으로 촛불 문화제를 꾸민다.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노래자랑 상품을 협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