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최종 용역보고서에서 오류가 발견된 대구 북구청이 용역보고서에 대한 검증 장치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용역 자체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고, 발주처인 구청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거나 규모가 큰 사업을 시작할 때 대부분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정책 추진 정당성도 얻고, 투명한 행정을 어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주처와 전문기관이 갑을관계로 엮여 있어서 제대로 된 연구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미 여러차례 제기됐고, 실제로 적발됐다. 이번 북구 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재)한국경제기획연구원(한기원)이 진행한 타당성 연구도 이 한계를 넘어서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용역보고서 오류 발견 됐지만, “타당성 있다” 보도자료
대구시, 중구, 달서구 조례, 규칙으로 검증하지만, 북구는 검정 안 해
앞서 한기원의 최종용역보고서에서는 해당 사업의 장기 경제성을 확인하는 편익비용분석결과(B/C Ratio)와 순현재가치(NPV) 수치에서 오류가 발견됐고, 구민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편향된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대구 북구문화재단 설립 용역보고서 오류 발견(‘16.8.22), 대구 북구, 속 보이는 문화재단 설립 설문조사(‘16.8.23))
지난 26일 북구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 용역결과 보고회에서도 이 문제는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유병철 북구의원은 “의원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며 “부실한 설문조사라는 지적도 나왔고, 편익비용분석결과는 오류를 수정해서 올라왔는데, 결과에 자신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보고회 분위기를 전했다.
의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보고서지만, 북구청은 용역보고서 오류를 두고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구청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구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문화재단 설립 추진이 정책적 타당성이 있음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용역보고서를 평가하고 검증하는 내부 절차가 전혀 없다.
북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용역성과품이 부실하여 용역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과업수행자에게 있으며, 재용역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항목을 추가하지만, 용역성과품의 부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는 없었다.
실제로 이번에 확인된 문화재단 용역보고서의 오류도 <뉴스민> 취재 전까지는 북구청이나 한기원 측이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장원수 북구청 기획조정실장은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진행하는 용역에 대해서 구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문제가 있으니까 관여를 안 한다”며 “보통 다른 구도 그렇겠지만, 일반적으로 용역을 주면 나올 때까지는 공백 기간”이라고 말했다.
대구 관내 다른 지자체 상황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까지 대구에서는 대구시, 중구, 달서구 등 3곳에서만 용역을 평가 검증할 수 있는 조례나 규칙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대구광역시 용역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해 용역 완료 후 용역 평가를 실사하도록 하고, 결과가 극히 불량한 용역수행자에 대해서는 향후 3년 범위 안에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구 역시 대구시와 같은 조례를 운영하고 있고, 달서구는 ‘대구광역시 달서구 학술연구용역 관리 규칙’을 통해 필요할 경우 외부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지정해 용역 결과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유병철 북구의원(행정자치위, 무소속)은 “이번 보고서에서 편익비용이 1.2로 나온 건 굉장히 큰 수치다. 애초에 1.05로 냈던 걸 보면 짜맞추기 의혹이 든다”며 “아무리 용역이 발주자 의도에 맞춰 나오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됐다고 하더라도 옳은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보고서 검증은 구청이 하지 않는다면 의회 차원에서라도 검증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포함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