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촛불 집회가 열리는 경북 김천에서도 새누리당 탈당 운동이 시작됐다. 25일 9명이 탈당서를 작성했고, 26일 집회에서도 탈당서 작성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박보생 김천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탈당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왔다.
26일 오후 7시 김천시 율곡동 안산공원에서 사드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자녀와 함께 나온 젊은 여성이 주로 무리를 이뤘고, 400여 명이 촛불을 켰다. 30여 분이 지나자 퇴근한 시민이 모여들며 800여 명까지 참가자가 늘었다. 공기업·공공기관이 몰린 혁신도시 특성상 여성과 30~40대 젊은 세대가 주로 참여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참가자들이 함께 부르며 집회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머리띠를 둘렀다.
이날 새누리당 탈당 요구는 김정기 전 경북도의원이 시작했다. 김 전 도의원은 “김관용 도지사는 제3부지에 동의했다. 이철우 의원은 그만큼 봉변당했으면 정신 차리고 탈당해야 한다”며 “박보생 시장도 당장 탈당해야 한다. 시·도의원 모두 당장 탈당해라. 김천에 새누리당은 존재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도의원은 “혁신도시는 여러분들의 보금자리다.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혁신도시를 만들었다. 새누리당은 김천에 와서 뭘 했나”라고 말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사드”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은 열심히 일했지만, 김천에서는 부도 수표를 끊었다. 김천-진주 철도 기공식까지 했다가 취소했다”고 말했다.
김 전 도의원이 마이크를 놓자 시민들은 “시장님, 의원님 탈당하이소”라며 구호를 외쳤다.
성주에서 온 우인애 씨는 “성주에 사드가 갈 곳이 없어지면 한반도에도 못 들어온다. 며칠 전 투쟁위에 공무원(김세환 성주군 부군수)이 와서 대통령, 국회의원, 새누리당 욕은 왜 하냐고 하더라”라며 “강도가 부엌칼을 들고 위협하면 부엌칼이 잘못인가 강도가 잘못인가. 사드를 좋다고 들여오려는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박희주 김천시의원은 “사드 결사 반대”라고 적힌 외투를 두 겹으로 입고 나와 차례로 벗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박 의원은 “누가 나더러 대가리 깎고 쇼하는 놈이라고 하더라. 나는 사드가 없어질 때까지 쇼할 거다”라며 차례로 외투를 벗었다. 이어 “이철우 의원이 정신 차리고 여기서 삭발해야 한다. 이 의원은 청와대 가서 박 대통령에게 간절히 사드 철회해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기술에서 열린 국방부의 사드 홍보를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관련기사:국방부, 김천서 사드 홍보…“중국 빵셔틀 안 되려면 얻어터져도 싸워야”) 이순식 농소면 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국방부가 공공기관 직원을 상대로 사드가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가족이 아파서 숨넘어가는데 장의사가 와서 영업하는 꼴”이라며 “김천은 초상집이다. 국방부는 어느 나라 국방부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신음동의 한 시민은 “오늘 여러 의원 나왔는데 우리가 직접 이야기하고 나서야 한다. 성주가 50일 동안 촛불을 지켜왔기 때문에 김천은 더 큰 촛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백성철, 박희주, 이우청, 박근혜 김천시의원과 배영애 경북도의원이 참여했다. 시민 30여 명이 자발적으로 교통 안내, 서명 부스, 물품 분배에 나서 원활하게 진행됐다.
한편, 사드배치반대김천투쟁위원회는 29일부터 매일 저녁 7시 김천시청 앞마당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