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과정에서 북구민 대상 설문조사가 문화재단 설립에 목적을 두고 편향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대구 북구청이 공개한 북구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용역 보고서를 보면 주민 7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수록돼 있다. 결과를 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383명(54%)가 문화재단 설립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질문을 보면 문화재단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만 실은 채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어서 질문 자체가 편향된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 조사지를 보면
“주5일제 근무 등으로 주민들의 문화예술 참여 및 욕구가 증대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문화재단 설립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북구에도 주민들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하여 문화재단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묻고, 답변은 ‘매우 그렇다’, ‘약간 그렇다’, ‘보통이다’, ‘거의 아니다’, ‘전혀 아니다’ 등 5개 문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질문만 보면 문화재단이 전국적으로 설립이 확대되고 있고, 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미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더구나 선택 문항 하단에는 전국 및 대구의 문화재단 설립 현황까지 친절하게 덧붙여뒀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질문했음에도 매우 그렇다 189명, 약간 그렇다 194명으로 긍정 대답이 50%를 겨우 넘긴 것은 오히려 구민 다수가 문화재 설립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아 보일 정도다.
이 설문에서 단일 답변으로 가장 많은 응답을 한 것은 ‘보통이다’로 212명(30%)이 문화재단 설립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공공도서관 위탁 여부도 설문 진행⋯반발 퍼질 듯
“도서관 수익사업 하면 본연의 역할 못 해”
또 설문 조사지는 문화재단 설립 논의가 시작된 이후 형성된 공공도서관 위탁 반대 여론을 의식한 문항도 준비했다. 조사지 3번 문항에서 문화재단의 조직규모에 대해 물으면서 ▲문화재단사무실, 어울아트센터 운영 ▲문화재단사무실, 어울아트센터, 구립도서관 운영 ▲기타 등 3개 문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 질문 결과 361명이 구립도서관까지 함께 운영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보고서는 “북구민들의 약 52%가 문화재단사무실과 어울아트센터, 구립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절반을 겨우 넘는 52% 찬성만으로 구립도서관도 위탁 운영하도록 할 경우 구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타당성 연구보고서가 나왔다는 소식이 나온 뒤 벌써부터 구립도서관의 문화재단 위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대구 북구, 공공도서관 민간위탁 추진에 주민들 반발(‘16.6.20))
앞서 지난 6월에는 북구구립도서관민간위탁반대대책위가 구성돼 기자회견을 여는 등 구립도서관이 위탁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북구에서 꿈꾸는 마을도서관 도토리 관장을 맡고 있는 진은주 씨는 “도서관이 수익 사업을 벌이면서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걸 다른 시도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도 있어서 공공도서관을 위탁하는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며 “특히 구수산 도서관은 만들 때부터 주민들이 많이 참여한 도서관이어서 애착도 많은 도서관이라 더 위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