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결국 대구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19일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부장판사 백정현)는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및 병설유치원 학생 3명, 그들의 학부모 4명 등 모두 7명이 제기한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조례는 기존 달성군 유가면 유곡리에 위치한 유가초의 주소를 유가면 테크노폴리스단지 내에 신설하는 테크노4초등학교로 수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례는 지난 4월부터 논란이 된 작은학교 유가초 통폐합을 둘러싼 대구교육청의 마지막 행정 절차다.
법원은 신청인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유가초 문제는 통폐합이 아니라 이전이라는 대구교육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 향후 대구교육청이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2/3이상 학부모 동의 등 통폐합 내부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결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 “유가초는 이전” 교육청 주장 그대로 인정
대구교육청 통폐합 내부 규정 구속력 없다 결정
가처분 신청자들은 지난 8일 유가초 통폐합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이 조례의 효력 정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신청자들은 ▲유가초가 교육부의 작은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점 ▲교육청이 2011년 밝힌 통폐합 3년 사전예고제를 시행하지 않은 점 ▲통폐합 추진 절차상의 하자 ▲2011년 통폐합이 무산된 반송초와 형평성 문제 ▲유가초 폐교가 유가면에 미칠 영향 등을 가처분 근거로 주장했다. (관련기사=유가초 학생·학부모, 통폐합 관련 ‘조례 무효’ 행정소송 제기(‘16.8.5))
법원은 “가칭 테크노4초의 신설에 관한 별도 조례가 개정, 공포되지 않은 점, 피신청인(대구교육청)이 사건 조례가 의결됨에 따라 유가초 통학구역을 확대, 조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조례는 유가초 폐교가 아니라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따라서 교육청이 초등학교 통폐합에 관한 재량준칙이나 절차규정을 일부 준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조례가 위법하다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폐교 및 통폐합이 아니라 ‘이전’이기 때문에 통폐합에 관한 절차규정 준수 여부를 이유로 위법성을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통폐합이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통폐합에 대한 교육감의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며 “추진계획은 성질 및 내용에 비춰 행정청 내부 사무처리준칙을 정하는 것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향후 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교육청이 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꼴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또 유가초 폐교로 인해 신청인들의 손해는 크지 않지만, 조례를 효력정지 할 경우 신설 학교로 전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권에 상당한 제약 및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앞서 대구시의회가 조례를 통과시켜줄 때와 같은 입장을 내보였다.
이전을 원하지 않는 유가초 학생의 피해는 적고, 신설 학교의 개교가 무산될 경우 학생들이 볼 피해는 크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크든 적든 학생들의 피해를 유발한 교육청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초등학교 통폐합은 시, 도 조례에 의해 이뤄지고, 판단에 관하여는 교육행정의 성질상 당히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며 “특정의 아동 내지 보호자에 대하여 현저하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통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등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경우에만 통폐합을 정한 조례를 위범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통폐합 및 초등학교 신설, 이전 등에 대한 교육감의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공대위, 교육청 입장 거의 수용⋯학부모 입장 외면
행정절차, 법리 논리 형식에 얽매여 본질적 문제 회피
이에 작은학교살리기대구공대위는 “사법부가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길 바라고 촉구했으나 우리의 간절한 바람은 또 무너지고 말았다”며 “사법부는 이번 가처분 기각 판결에서 교육청 입장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으나 공대위나 유가초통폐합 반대 학부모와 아이들의 입장은 거의 외면했다”고 혹평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에 대한 광범위한 행정재량권을 인정할 뿐 유가초 아이들의 교육권 침해 문제는 도외시하고 통폐합 과정에서 대구교육청이 규칙, 절차를 어겼다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판결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신설학교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해 언급조차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과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행정 절차와 법리적 논리 형식에 얽매여 더 중요한 교육과 생명, 환경의 본질적 문제를 회피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9월 개교 앞둔 유가초 공사 현장…주변 안전, 새학교증후군 염려(‘16.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