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째 사드 철회 촛불을 켠 성주군민들이 직접 나서서 정부의 압박에 흔들리는 성주투쟁위를 다시 꾸리자고 목소리 높였다. 성주군민들은 촛불문화제에서 “투쟁위는 사드 철회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므로 찬성하는 사람은 빠져야 한다”며 배윤호(59, 가천면) 씨와 김충환(수륜면, 56) 씨를 투쟁위에 파견하기로 했다.
21일 저녁 8시 성주군청 앞에 모인 1천5백여 명은 40차 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앞서, 이날 오후 5시께 노광희 홍보분과단장이 성주투쟁위 회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국방부에 ‘부적합지인 성주성산포대를 제외한 적합한 부지 검토를 건의한다’고 언론에 밝혔던 터였다. 이후 20분 만에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이 노 단장의 입장 발표는 “원천무효”라고 선언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참가자들은 촛불문화제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서 국방부와 군수, 흔들리는 투쟁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3부지 검토 건의는 군민 뜻 아니다”
성주군민, 투쟁위 확대 재편 놓고 현장 토론
손승호(초전면) 씨는 “갑자기 성주에 미국이 좋아하는 무기를 가져다 놓았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주민들은 하루 이틀 사드에 대해 알아가면서 성주에 가져다 놓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방송에 성주가 제3의 지역을 지정하면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중에 제3지역 가본 사람 있습니까. 군수님이 가봤는지 모르겠다. 가보지도 않은 우리한테 왜 제3의 지역을 이야기하라고 하느냐”고 말했고, 군민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이어 손 씨는 “언제 성주 올 때 물어봤느냐. 국방부 하는 말이 인구가 적다고 여기 왔다는데, 그러면 인구가 더 적은 곳으로 가도록 찬성하는 게 말이 됩니까. 투쟁위는 주민들의 뜻과는 상관없는 제3의 배치 검토를 전달하지 말고 군민들 뜻을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발언자로 배윤호 씨가 등장하자 참가자들은 배 씨의 이름을 6번 연호했다. 배 씨는 이날 <뉴스민>이 보도한 ‘국방부-성주군, 성주투쟁위 제3후보지 검토하도록 개입 정확 확인’을 기사를 설명하면서 “그동안 군수는 군민 편에 섰지만, 사실은 국방부 편에서 일했다는 게 드러났다. 그래서 성주군수는 군민의 대표가 아니라 국방부 일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 씨는 “10시 반부터 열린 투쟁위 회의에서 투쟁위 해체 논의를 했다. 자기들이 해체할 권한이 있나. 투쟁위 해산시키고, 이장들 의견을 모아주면 이것을 가지고 주민의견이라며 제3지역을 결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초전면 말고 다른 쪽 이장님들이 우리가 왜 3부지를 정해야 하느냐며 항의했고, 무산됐다고 한다. 또, 노광희 홍보단장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주민들이 항의하니까 위원장과 투쟁위원들이 내려와서 무효라고 밝혔다. 국방부 입장에서 국방부가 원하는 걸 한다면 투쟁위가 아니며,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씨는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제안했다. 배 씨는 “백악관 서명 답변도 기다려야 하고, 이달 말이면 국회에서 다룰 것이다. 이걸 빨리할 필요가 없다. 찬성한 투쟁위원이 몇 명 있다고 기사에 났는데, 이런 투쟁위원들이 계속 있어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군민들은 “안 됩니다. 찬성하신 분들은 공개하고 빠져주세요”라고 답했다. 이어 성주군민들은 배 씨의 제안으로 향후 투쟁방향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탈당 없이 투쟁할 수 없다”
“사드 반대 취지에 어긋난 안건 다루면 안 된다”
‘박근혜 하여가’와 ‘성주군민 단심가’ 등장
금수에 사는 노성화(61) 씨는 “투쟁하자고 투쟁위를 만들었는데, 새누리당 당적 가지고 정부, 국방부, 나아가 미국과 싸우겠다는 이들은 이해가 안 된다”며 “지금 투쟁위는 사드 반대 투쟁위다. 싸우지 않고, 탈당하지 않을 것 같으면 투쟁위에 들어가지 않아야 했다. 반대투쟁위라는 명칭을 걸고 있다면, 취지에 어긋나는 안건은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씨는 “성주에서 성주로 가는 게 어떻게 제3의 부지냐. 김관용 도지사가 국어공부를 못해서 뜻을 모르는가 싶다”며 ‘제3부지’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고 밝혔다.
끝으로 노 씨는 태종 이방원과 포은 정몽주가 주고받은 ‘하여가’와 ‘단심가’를 패러디해 ‘박근혜 하여가’와 ‘성주군민 단심가’를 낭송해 군민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이곳인들 어떠하리/저곳인들 어떠하리/안보용 사드 설치/희생한들 어떠하리/국민이 개돼지/ 그 목숨 뭐 그리 소중하랴” (박근혜 하여가)
“내 목숨 소중하면/남 목숨 소중하고/핵 괴물 사드설치/우리 조국 어디에도/사드퇴치 일편단심/변할 수야 있으랴” (성주군민 단심가)
20일 ‘사드 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던 김천시민 20여 명도 이날 성주군청을 방문해 연대를 다짐했다. 박우도 김천시사드배치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솔직히 저희들 성주에 사드 배치 된다고 할 때 무관심했던 부분 죄송합니다. 가슴 깊이 사죄드린다”며 “성주도 대한민국, 김천도 대한민국, 우리는 하나, 다 같이 노력해서 사드 막아내자”고 말했다.
앞으로 성주투쟁위의 중요한 결정은 촛불문화제 자리에서 결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초전면 주민 김윤석 씨는 “열심히 일하는 투쟁위원분들도 많다. 왜 뒤에서 다른 이야기하는 투쟁위원들 때문에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 욕먹을 짓 하는 투쟁위원들을 쫓아보내자”며 “찬성하는 사람은 내보내고, 투쟁위에서 결의된 내용은 촛불에 나와서 승인받고 기자회견해 달라”고 했고,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큰 함성으로 호응했다.
이어 김 씨는 “부군수가 오늘 촛불 스위치를 내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촛불은 절대 내리면 안 된다. 성주군수는 이장들 모아서 여론조작하고 있었다. 배신하는 군수는 각성하라”며 “사드가 성주에서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촛불에 함께 하자”고 말했다.
“박근혜, 김관진, 황교안, 한민구, 이완영은 사드5적”
“김관용, 이완영, 김항곤은 성주사드3적”
내일(22일) 성주투쟁위, 확대재편 논의키로
김충환 씨는 ‘사드5적’과 ‘성주사드3적’을 꼽았다. 사드5적은 박근혜 대통령,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이완영 국회의원으로 선정했고, 성주사드3적으로는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 이완영 의원, 김항곤 성주군수를 꼽았다.
이어 김 씨는 “성주사드배치 철회를 안 하고 제3부지를 이야기할 사람들은 투쟁위에서 다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서 확대재편해 똘똘뭉쳐 싸워야 한다”며 배윤호 씨를 투쟁위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성주군민들은 김 씨의 제안에 환호했고, 배 씨도 이를 수락했다. 그러자 사회자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1명만 보낼 수 없다며, 김충환 씨도 성주투쟁위에 올려보내자고 건의했고, 김 씨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토론을 마친 성주군민들은 “우리는 하나다”, “우리가 주인이다”, “군민이 주인이다”, “우리가 군민이다”, “주인이 명령한다”, “사드배치 철회하라”, “당장 철회하라”를 외치며 촛불 파도타기를 이어갔다. 이어 ‘사드를 반대해’, ‘헌법 제1조’를 제창하며 저녁 9시 40분께 촛불문화제를 마쳤다.
한편, 성주투쟁위는 내일(22일) 오후 2시 투쟁위 확대재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