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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가 영남권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대구·경북 공약을 발표하고 대구를 찾았다. 이 후보는 “여러분 아시는 것처럼 안동에 태를 묻고 대구경북 물과 음식을 먹고 자란 사람”이라며 “지역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정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내놓은 공약과 일정은 지난 대선 재탕이거나 지역 정책과 관련성을 알 수 없는 웹툰 진흥 간담회에 그쳤다.
18일 오전 이재명 후보 측은 윤호중 선대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영남권 공약 발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이 후보 측이 내놓은 대구·경북 대표 공약은 ▲이차전지 산업벨트, 미래형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 ▲바이오산업 육성 ▲AI로봇, 수소산업과 고부가가치 섬유산업 육성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울릉공항 성공적 추진 ▲교통 허브 조성 등 5가지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SNS를 통해서도 “안동에 태를 묻고 제 뼈와 살과 피를 만들어 준 대구경북의 아들, 대구경북 출신 민주당 경선 후보 이재명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신화, 대구경북의 재도약을 이끌겠다”면서 해당 공약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대부분 지난 대선에서 지역 공약으로 내놓은 것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20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을 진행하던 2021년 9월 대구에 와서 지역 공약 6가지를 발표했다.
당시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산골에서 학교를 갈 때 6km 거리 산골을 걸어다녔다. 학교에서 인생 처음으로 배운 노래가 있다. 그게 경북도민의 노래다. 습관적으로 떠오르는 가사가 있지 않나, 가끔씩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경북도민의 노래”라면서 노래까지 부르며 지역 연고를 강조하고,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그때 내놓은 공약은 ▲미래형 자동차산업 및 로봇산업 등 신성장산업 육성 ▲구미~대구~포항 이차전지 소재산업 벨트 구축 ▲글로벌 백신·의료산업 벨트 조성 ▲사통팔달 철도망 구축 ▲대구경북통합신공항·울릉공항 성공적 추진 ▲낙동강 수질 개선과 물산업 육성 등으로 18일 내놓은 공약과 거의 흡사하다.
지난 공약을 그대로 재탕하는 모양새인데, 내용에서도 구체적인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이 후보 측은 “사업 지연 요인을 조속히 해소하겠다”며 “활주로는 연장하고, 화물터미널도 확대해 원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공항이 되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는데 20대 대선 이후 진행 상황이 충분히 반영된 건지 의문이 드는 설명이다.
공항 사업을 추진할 특수목적법인(SPC) 구성 무산 후 대구시가 공공자금관리기금을 공항 사업에 쓰려고 하고, 민주당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해온 점을 고려하면 지연 요인을 조속히 해소하겠다는 말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활주로는 3,500미터에 추가로 300미터를 더 연장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 상태고, 화물터미널은 규모보다 입지 문제로 의성군과 갈등을 빚은 상황이다.
내놓은 공약들에 여러 의문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 후보는 이날 발표한 공약과 상관없이 웬툽 진흥 간담회를 대구에서 가졌다. 웹툰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 관계자 2명이 참여하긴 했지만, 대체로 산업 종사자들의 민원을 듣는 내용이었지 지역과는 큰 관련성이 없는 간담회가 진행됐다.
간담회 이후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남았지만, 이 후보 측은 백브리핑이 없다는 안내를 여러차례 반복했고, 이 후보는 ‘대구를 찾은 이유’에 대한 물음에만 “여러분 아시는 것처럼 안동에 태를 묻고 대구경북 물과 음식을 먹고 자란 사람”이라며 “지역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한 정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답하고 자리를 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