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수습 중인데···이철우, 국민의힘 1차 경선까지 휴가

잠정 피해액 1조 1,306억 원 집계
캠프 측, "법적인 범위 내에서 휴가 문제 없어"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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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로 인한 피해가 1조 원이 넘는 걸로 잠정 집계됐다.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도 3,5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열흘이나 휴가를 내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한 것이 입방에 오르고 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총 10일 간 휴가계를 냈고, 22일은 국민의힘 경선 1차 경선 결과 발표일로 이 지시가 컷오프를 통과하면 휴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7일 경상북도와 시·군, 산림청 등이 참여한 정부기관 합동조사 결과, 경북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5개 시·군을 휩쓴 산불 피해 규모는 9만ha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악이라 불렸던 2000년 동해안 산불 산림 피해 면적의 4배 수준이다. 사유시설과 공공시설 피해액은 1조 1,306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산불로 5개 시군에서는 주택 4,458채가 불에 탔으며 이 중 3,618채가 전소됐다. 이날 기준 경북지역 이재민은 2,128세대, 총 3,509명이다.

피해 수습이 이어지는 중이지만, 이철우 지사는 휴가를 쓰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임미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성명을 통해 “역대 최악 산불 피해 수습과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라는 지역 최대 현안을 무책임하게 내팽개친 도지사”라고 비판했다.

1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북 기초의회원내대표협의회, 임기진·김경숙 경북도의원(비례) 등이 성명을 내 이 지사를 비판했다. 같은 날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도 성명을 통해 “무책임한 대선 출마로 도민을 위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도민으로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도 <뉴스민>에 “산불 예방, 진화의 지휘 총책임자인 도지사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휴가를 간다는 건 ‘자격이 없다’는 자기 고백과 같다. 사상 초유의 피해로 3,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심지어 피해 지역과 사람들이 여러 시군에 흩어져 있다. 이들을 보호하고 피해 상황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도지사”라며 “산불 관련 기관, 시도 공무원들은 다음 달 중순까지 비상 대기 근무 중인데 도지사는 풀로 휴가를 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철우 캠프 공보담당자는 관련 질의에 대해 “산불 관련해선 지사님이 계속 대응 중이고 주말에는 현장을 둘러보며 조치를 취하고 있다. 두 명의 부시장이 권한대행 체제로 근무 중”이라며 “연가·휴가 일수 남은 걸 사용하는 건 법적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