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청산] 3조 투자 유치라던 ‘산단 태양광 프로젝트’, 실적은 겨우 8건

#공수레만 요란했던 ‘산단 태양광 프로젝트’
#‘내가 직접 하겠다’ 늘어난 건 긍정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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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000일 가량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100+1 대구 혁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가 말하는 성과라는 게 과장되었고, 오히려 재임 기간 동안 시정이 사유화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하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이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민>은 후임 시장이 당선되어 새로운 대구 시정이 열리기 전까지, 홍준표 재임 1,000일이 대구에 무엇을 남겼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내려놓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 정책비전서로 내놓은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연다>를 통해서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좋은 태양광 사업이라며, 전국적으로 사업 모델이 확산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이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상태다. 3조 원을 투자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홍 전 시장이 재임하는 동안 실적은 8건에 그쳤다.

프로젝트는 한화자산운용이 3조 원을 투자해 대구 내 산업단지의 낡은 지붕을 개보수하고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총 규모 1.5GW 용량 패널을 설치하는 게 목표였다. 2022년 12월, 대구시는 사업을 추진할 특수목적법인 SRS, 자금을 조달할 한화자산운용과 협약을 맺고 2025년까지 사업을 완료하려고 했다.

당시 대구시는 사업 협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3조 원 투자유치’라는 역대급 규모를 강조했다. 대구시는 돈을 들이지 않고 태양광 보급률 상승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지역 업체에 시공을 맡김으로써 고용유발효과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당시 보도자료에도 ‘태양광 보급률 전국 1위, 지역 시공업체 매출 1조 원 증대, 지역 내 고용유발효과도 2만 8,000명’ 등 효과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2022년 12월 12일 대구시는 한화자산운용 등과 3조 원 규모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추광엽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홍준표 시장, 한두희 한화자산운용(주) 대표이사. (사진=대구시)

사업은 내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투자 유치를 맡은 한화자산운용이 손을 떼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현재까지 공사가 완료돼 상업 운전을 하고 있는 건 8개소에 불과하다. 대구시와 SRS 설명에 따르면 준공 완료 8건, 설치 중 14건, 허가 완료 31건이다. 목표치인 1.5GW를 달성하려면 대구 내 산단 입주업체 9,700여 곳 중 80%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걸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과다.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는 동안 대구시는 슬금슬금 사업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를 보였다. 협약을 맺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는 달리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언론 문의에는 대구시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투로 답하는 일이 잦았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10월 시의회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한다는 지적을 받자 “대구시는 책임이 없다”는 투로 답을 하기도 했다.

올초 열린 대구시의회에선 홍준표의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된 시점부턴 대구시가 이 프로젝트에서 사실상 손을 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월 14일 제314회 대구시의회 임시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에서 윤권근 의원(국민의힘, 달서5)은 “올해 업무보고 계획에는 이 사업이 한 글자도 없다. 3조 원 유치사업인데 한 줄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 보류 돼 있다고 생각해도 되냐”며 “계획이 잘 안 되면, 행정 낭비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된다”고 질의했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지난번 보고에서 기간을 연장하고 그동안 약간 폐쇄적이었던 걸 오픈시키겠다는 큰 방향은 말씀드렸다. 그 상황이 변한 건 없어서 이번에 넣지 않았다”고 답했다.

홍태화 SRS 대표는 “한화자산운용의 이탈로 펀딩과 공사가 지연되고, 그에 따라 산단 입주기업의 부정적 시각이 증가했다. 외부적으론 REC(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생산 인증서), SMP(한전이 발전사업자에게 1kWh당 구매하는 전력 가격) 등 장기계약단가가 하락한 문제도 있었다”며 “대구시가 프로젝트를 띄운 뒤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들이 대구보다 더 속도가 나기도 해서 아쉽다. 계속해서 대구시와 소통하고 있지만 지원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공수레만 요란했던 ‘산단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던 SRS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3년 내내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에 홍 전 시장은 대구시의 계획과 성과 홍보자료에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대구시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선 가장 많은 감축량을 할당받은 에너지전환 부문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계획 실천을 위해 투입하는 재정에도 이 내용을 포함해 전체 감축량·금액을 부풀리는 효과를 냈다. [관련기사=[대구 탄소중립은 어디로?] ① 산단 태양광 사업 실패하면, 탄소중립도 실패?(‘24.8.23)]

경제 실적을 자찬하기 위한 수치로도 활용됐다. 2023년 6월 대구시는 민선 8기 1년 동안 경제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브리핑했는데, 이 자리에서 “1년간 총 21개 기업 4조 5,227억 원을 유치했고, 이는 과거 10년(2012.7~2022.6) 유치실적에 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조 원 넘는 투자유치의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3조 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는 당시에도 뚜렷한 실적이 없었고 이미 대외적 여건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준표王국 1년] 2-2. 4조 5,227억 원 투자유치!? 보도자료 다시 쓰기(‘23.7.11)]

#‘내가 직접 하겠다’ 늘어난 건 긍정효과?

한편, 대구시는 프로젝트 실적과 별개로 개별 신청건수가 늘어난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실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허가건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급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0년 320건, 2021년 370건, 2022년 432건이던 신청건수가 2023년 833건으로 늘더니 2024년에는 1,082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에만 330건의 신청이 들어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청 사례의 60% 이상은 산단이며 나머지는 일반주택, 상업용 시설 지붕, 농지 등이다.

대구시는 이 변화를 프로젝트 홍보 효과라고 보고 있다. 대구시는 2022년 12월 SRS, 한화자산운용과 협약을 맺은 뒤, 대구 내 산업단지, 구군 등과도 협약을 맺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개별업체들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고, 전력 판매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구시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할 경우 계약 기간 동안 공장을 팔거나 설비를 철거할 수 없고 수입을 나눠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개별 사업자가 직접 설치하는 사례가 는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 대구시 에너지산업과장은 “태양광 발전시설 관련 사업이 시작된 2006년부터 2022년까지의 누계 건수가 2,390건이다. 프로젝트 협약 직후인 2023년 초부터 대구시와 SRS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고, 그즈음부터 신청건수가 늘었다”며 “호남권은 오래전부터 설치가 이뤄져 최근엔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구는 이제 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