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관X대구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과학특강···이성복 시인 강연으로 시작

이성복, 장정일 등 유명작가 12명 강연
별도 신청 없이 현장 접수 후 무료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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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사)대구작가콜로퀴엄과 대구문학관은 이성복 시인의 ‘만년의 양식’ 강연으로 함께 마련한 ‘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과학특강’을 시작했다. ‘2025 문학, 질문들’을 주제로 유명 작가들이 나서는 이번 특강은 6월 26일까지 12차례,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대구문학관에서 열린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대구문학관을 찾은 이성복 시인은 4층 대강연장에 준비된 100개의 좌석 수보다 세 배가 넘는 320여 명의 독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스승 김현과 나눈 대화 가운데 ‘어렵지만 끝까지 자유주의자로 살아남는 것’을 들어 강의를 시작하며, 이것 하나 잡고 가도 고갈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시인은 개울에서 낚시를 배운 어린이가 청년이 되어서는 바다 파도에 맞서고 노년에 다시 강가에서 겨울 낚시를 하는 것, 모차르트에서 시작해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는 음악 취향 같은 이야기를 들어 문학과 인생에서 대비되는 단순성과 혼돈 등을 말했다. 그는 이번 강연 주제인 ‘만년의 양식(Late Style)’이 팔레스타인 출신 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제3세계와 비서구 진영의 시각으로 서구 문명을 탐구한 책 제목이라고 밝혔다.

▲‘만년의 양식’을 주제로 강연하는 이성복 시인_대구문학관. (사진=정용태 기자)
▲‘작가콜로퀴엄 인문예술과학특강’ 첫 번째 강연인 이성복 시인의 ‘만년의 양식’ 강연 장면_대구문학관. (사진=정용태 기자)

3시에 시작한 강연은 미리 받은 포스트잇 질문지를 모두 읽고 답하면서 5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시인은 “지금 시대에 시와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주역’이 다양한 쓰임이 있는 것처럼 시도 그러하다며 “시가 뭐라고 하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시가 있다는 표현이 맞다”고 답했다.

강연장을 나서는 시인에게 “한강 작가의 기자 회견을 지지하시는가?”라고 묻자 “당연히 지지한다. 모든 문학이 참여문학일 수는 없지만, 시대를 말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답했다.

강연이 끝나고 다수의 강연 참석자들은 시인의 책 한, 두 권씩 들고 사인을 받았다. 30여 분 동안 이어진 사인회 참석자 중에는 부산 등 타지에서 왔다는 이도 있었고, 수업을 빠지고 참석한 대학생, 평일 강연이라 월차를 내고 참석했다는 독자도 있었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은 “최근 한겨레 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이성복 시인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가 동료 시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현역 시인의 시집으로 뽑히고, 그의 시론 ‘무한화서'(無限花序)가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관심이 커진 듯하다. 표제 ‘무한화서’는 꽃이 줄기에 달리는 방식 가운데 무한으로 피어나는 것을 일컫는 생물학의 용어”라고 말했다.

▲이성복 시인과 하청호 대구문학관장_대구문학관. (사진=정용태 기자)

박재복 (사)대구작가콜로퀴엄 대표는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은 국내 주요 작가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문학 작품을 통해 삶과 인생에 대한 혜안을 나누고, 그 속에서 인문학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강연을 보면 김수복(시인, 한국시인협회장)의 ‘4행시와 양자의 언어’, 장정옥(소설가)의 ‘실패를 위한 담론’, 하응백(소설가, 문학평론가)의 ‘문학은 어떻게 인간을 치유하는가?’, 김호진(시인)의 ‘소통의 프리즘’, 서하진(소설가)의 ‘웹작가가 되는 건 어떨까요?’, 장정일(시인, 소설가)의 ‘자기로부터 시쓰기’, 배익천(동화작가)의 ‘동화, 그 아름다운 이름의 독자들’, 정화진(시인)의 ‘심연과 내적 분열의 시간들’, 안상학(시인)의 ‘사랑과 슬픔, 그리고 희망의 시’, 류인서(시인)의 ‘시작하는 것에 도착하다’, 신형철(문학평론가)의 ‘문학과 애도: 안티고네에서 한강까지’ 등이 남았다.

이번 특강은 별도 신청 없이 현장 접수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무료 입장이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